매일신문

맞벌이 부부 육아 유형

'맞벌이는 원한다, 그러나 육아는 아내 책임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0%에 이르지만 많은 기혼 남성들은 절반의 육아책임을 지려 들지 않는다. 대학 시간강사였던 박혜진(34)씨는 작년 초 출산 후 어렵게 구한 강사직을 포기했다.

역시 시간강사인 남편은 앞으로의 전임강사, 부교수, 정교수를 향해 달려가야 했고 그러자니 육아는 고스란히 박씨의 몫이었다. 교수의 꿈은 남편이나 아내나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양보하는 쪽은 여전히 아내 쪽이 많다. 맞벌이 아내들의 하소연과 남편들의 고백을 통해 공동 육아와 관련한 남편의 몇가지 유형을 들었다.

♣동고동락형

아내에게 선심 쓴다는 식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육아에 참여한다. 젊은 부부들에서 많이 엿보인다. 남편의 직업이 아내보다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경우에도 종종 나타난다.

♣눈치형

가장 흔한 유형. 말로는 공동 육아를 지지하지만 말뿐이다. 몸에 밴 가부장적 태도를 버리기 힘들다. 아내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육아에 참여한다.

♣나몰라라형

철저히 무심한 유형이다. 직장 일로 피곤해 죽겠는데 집에 와서도 시달려야 하나, 제발 좀 쉬자는 주의자들이다. 1주일에 4, 5일 이상 야근에 시달리거나 술에 찌들기 일쑤. 직장생활하는 아내의 고통을 알기는 안다. 그러나 우선 내 몸이 파김치라고 버릇처럼 외친다.

♣권위주의형

드물기는 하지만 아내의 직업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하지만 이 잘난 남편의 권위에 도전하려거든 그 돼먹지 못한 직장을 치우라는 식이다. 맞벌이하는 아내에게는 가장 힘겨운 유형이다. 40대 후반, 50대 남성 중에 뒤늦게 아내의 수고를 이해하고 아이들 문제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편들이 있다.

왜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은가. 우선 맞벌이 아내도 남편만큼 바쁘고 피곤하기 때문이다. 무쇠로 만든 여자가 아닌 다음에야 직장, 가사, 육아를 혼자 책임지기는 어렵다. 단순히 아내의 일손 덜기를 넘어 남편의 육아와 가사노동 참여는 아내에게 감정적으로 중요한 지지와 힘으로 작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둘째, 교육적 중요성 때문이다.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정정희 교수는 아이들의 학업성취의 성공은 아빠와 상호접촉 및 교류가 있을 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는 유아의 인지 발달 및 성역할 발달, 도덕성발달 뿐만 아니라 성취동기, 정서적 능력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를 가진 아이들은 어머니만 좋아하고 아버지를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9배나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머니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의 역할이 소홀하면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좋은 아버지 역할은 힘들다. 그러나 좋은 아버지역은 분명히 보람있는 일이다. 가정에서 아버지가 설 자리가 없어진 1차적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아버지 자신에게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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