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개팔자 상팔자'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가 해결되면 '애견(愛犬)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애견 전문가들을 말한다.우리나라에도 애견 인구가 크게 늘어나 현재 230만~250만마리의 애견이 길러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 관련 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도 7천억~8천억원 정도이며, 해마다 8~10%씩 성장하는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애완견의 몸값은 2억~3억원을 호가하는 수입산도 있는데, 모 재벌 회장이 기르는 독일산 셰퍼드가 그 경우로 알려져 있다. 잘 훈련된 토종 진돗개도 7천만원선에 거래되기도 한단다.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세계 동물 애호가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우리다. 하지만 전국에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이 열 집에 한 집꼴이라니 개들도 이젠 '개로 태어나 사람처럼 사는' 세상이 된 것일까.이런 추세에 애완동물 장례(?) 전문업체가 생겨 성업 중이며, 호화판 개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아직도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들이나 빈민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 사람과 애완견의 공용 미용실이 등장해 화제다. 주인의 파마 시간에 맞춘 3시간 코스에다 개의발톱 청소, 몸털 정리, 비타민 샴푸 목욕, 오일 마사지까지 하며, 털을 형광 염색하기도 한다니 '견공(犬公)'의 호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남자 커트는 2만원선이나 애견은 체중에 따라 4만원까지 받고 있으며, 사람은아무 때나 가도 되지만 개는 예약해야 하고, 공과 뼈다귀 장난감 등이 마련된 놀이터까지 마련돼 있을 정도다.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손님이 많아 이런 아이디어를 낸 모양이지만, 하루 손님 30여명 중 7, 8명이애완견과 함께 오고, 주말에는 그 숫자가 늘어난다니 아무튼 '개 팔자가 상팔자(上八字)'임에는 틀림없다. 애견 문화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점차 골이 깊어가는 빈부격차와 소비 급증 추세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빈부격차는 중산층 붕괴 현상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이어서 빈민층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지 않은가.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을 '가진 이'들의 양식과 도덕성에 호소해 해결할 수만은 없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진 사람들이 부유해질수록 마음은 가난해지는 제 모습에 대한 자각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웃과 더불어 사는 자세를 갖지 않는 한 사회는 안정을 유지하기 어려우며, 그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도 새삼 해보게 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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