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상의 부모들에게-그림그리기

걷기 시작하면서 손으로 장난을 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우연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를 손에 쥐게 되면 종이 위에 눌러 보거나 통통 두드려 보기도 한다. 이런 장난의 결과로 아이의 초기 그림인 휘갈겨 그리기가 만들어진다.

연필을 쥔 손을 휘두르는대로 종이가 찢어지거나 연필자국이 생기면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대며 좋아하기도 한다.아이에게 그림 그리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나이는 대체로 9세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그리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주변 사물과 현상을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지적인 발달이 이루어지고, 크고 작은 동작으로 그리면서 대근육과 소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또 그리는 과정에서 느낀 것을 다양한 말로 표현함으로써 언어 구사력이 좋아지며, 또래와 같이 공동작업을 함으로써 사회성을 좋아지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때 부모의 역할을 짚어보자.

▲1~2세 아동의 그림그리기인 휘갈겨 그리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은 종이에는 자유롭고 능동적인 표현을 할 수 없으므로 큰 종이를 벽에 붙여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하되, 벽에 함부로 그리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임을 같이 가르친다.또한 책상 위에 큰 종이를 펼쳐 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색의 크레파스로 엄마와 함께 걸어다니면서 선을 그리게 하고, 팔을 쭉 뻗어서 그리게도 하고, 음악을 틀어 놓고 음악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 보기도 한다.

▲일반적인 미술재료만으로는 아이의 감각을 발달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다양한 감각을 고루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재료를 활용해보자. 우유나 요구르트를 손가락으로 마음껏 만지고 그리게 하거나 다양한 색깔의 야채, 과일을 갈아서 주물러 보게 한 뒤 손가락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 옆에서 어머니가 여러 모양을 만들어 주면서 아이에게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 등이다.

▲아이가 그림 비슷한 것을 그리고 있을 때 어른의 그림을 보태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린다는 것은 형태를 기억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부모가 어떤 모양을 미리 그려주면 자신이 어떻게 손을 움직일 때 어떤 선이 나온다는 감각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에 해당되는 이미지를 떠올려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을 거치는 게 아니라 배운대로 형태만 기억해서 그리기 때문에 언어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그림에 색을 칠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색을 바꿀수 있는 것은 5세가 지나야 가능하다. 이 시기의 아이는 빛깔에 대해 사고하는 능력이 약하므로 색을 이것저것 지적해서 사용하게 하거나 무리하게 색깔에 대해 가르치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을 그렸니?"라는 질문은 2~3세가 된 아이에게 가능한 것이다. 그보다 어린 아이가 무언가를 그리면 부모는 단지 그런 행동을 격려해 주고 감동하는 태도를 보여주는게 좋다. 아이의 자유롭고 즐거운 경험을 위해 어느 정도 어지럽히고 더럽히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

유보춘(종로정신과의원 원장)ahdong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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