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생 태규가 3월4일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어요. 개구장이 같더니만 벌써 의젓해 보였어요". "우리집엔 이구아나가 있죠. 파충류에 해당하는데요, 보기와는 달리 아주 귀엽게 생겼답니다". "엄마는 영진전문대학사회교육원에서 일년이 넘게 공부를 하고 있어요. NIE와 MIE를 배우시더니 이젠 ICT까지 배우시려고 해요".
16일 첫 발행된 인터넷 가족신문 '빛나래집' 기사들이다. "처음엔 힘들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종이로 가족신문 만들 때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었어요. 고치기도 쉬워서 너무 좋아요".
예쁜 이름이 가족신문 제호에 사용된 김빛나래(월배초교 6년.대구시 진천동 귀빈아파트)양은 자신이 봐도 대견하다는 듯 자랑을 늘어놨다. 동생 태규(월배초교 1년)는 "사진이 너무 뚱뚱하게 나왔다"면서 투덜대면서도 컬러로 사진과 기사가 편집된 신문 이쪽저쪽 구석을 눌러대며 신명을 냈다.
인터넷 가족신문은 빛나래네 가족이 이달 들어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다. 지난 99년 빛나래의 학교 숙제를 계기로 2개월마다 가족신문 '까치'를 만들어온 지 꼭 3년. 그동안 아이들이 신문 제작에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였고, 지루할 때가 됐다는 판단을 내린 엄마 김영옥(39)씨가 인터넷 신문 제작을 제안한 것. 김씨는 구청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독학하며,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신문과 미디어활용 교육까지 수강한 실력파.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다른 집에서 만든 가족신문을 봤습니다. 사진을 많이 올리고 편집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게 장점이 많아 보였어요. 쉽진 않겠지만 애들을 위해 꼭 해봐야겠다 싶어 달려들었죠".
김씨가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은 가족신문 제작을 도와주는 인터넷 사이트. 제시된 방법에 따라 자녀들과 기사는 만들어 올렸지만 문제는 사진 올리기였다. 그러나 걱정은 잠시. 아버지의 과감한 지원 결정으로 스캐너를 구입한 가족들은 토요일 오후를 꼬박 매달린 끝에 1호를 완성해냈다.
"가족신문을 정기적으로 만드는 친구는 몇 명 있지만 인터넷 가족신문 만드는 집은 주위에 없어요"라며 빛나래와 태규는 즐거워했지만, 김씨는 슬며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에선 기초적인 포맷만 제공하는데다 한 번 만들어보니 좀 더 예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 아무래도 중급 이상의 기술을 제공하는 사이트로 옮겨야 할 것 같다는 것.
자녀들과 힘을 모아 조금씩 세련되게 만들어가다 보면 신문 내용이나 편집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게임이나 채팅에 빠져드는 걱정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비쳤다.
"가족신문을 만들어서 좋은 점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인터넷으로 가족신문을 만들고 보니 게임에만 매달리던 애들에게 컴퓨터를 다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어 더 좋아요. 몇 번 쯤 만든 뒤 애들에게 완전히 맡길 작정인데 그쯤이면 컴퓨터 걱정은 접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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