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3% 성장에 虛數는 없나

외환위기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경기 회복의 기운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넘나들고 있고 부동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기침체와는 달리 한국은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세계적인 찬사 속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 국민들이 다소 들떠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경련이 이달 초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3월 BSI(전달 기준 100) 전망치가 141.9로 나타나 75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만 봐도 국민들이 우리경제를 얼마나 낙관하고있는 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미국은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사실은 6%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한국경제로서는 그야말로 경기 회복의 '봄'을 맞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증가율이 3.0%를 기록, 미국·일본·대만·홍콩을 앞질렀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지난해 3/4분기에 이미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은 우리경제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3%성장의 '그늘'도 만만치 않다. 먼저 수출이 지난해 거의 답보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경제성장에 대한 수출기여도가 2000년 57%에서 지난해는 22%대로 내려앉았다.

성장의 엔진인 수출의 역할이 크게 뒷걸음 친 것이다. 투자 재원인 저축도 떨어져 저축률이 29.9%로 지난 83년 이후 처음으로 30%이하로 떨어졌다. 성장의 주역은 건설과 서비스 등 내수 분야임이 드러나 소위 '외화내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개발 연대(年代)의 높은 저축률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세계화의 시대에도 그대로 이식(移植)될 수는 없다. 오히려 서비스와 금융을 통한 선진국형 성장전략이 바람직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내수 위주의 '반짝 경기'를 우리나라가 선진국형으로 경제체질이 바뀌어가는 신호탄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호화 쇼핑, 빈부 격차 등 인위적 경기 부양에 따른 거품이 곳곳에서 나타나고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 기대감은 클수록 좋다. 그러나 3%성장이라는 수치적 결과에 도취돼 실체를 보지 못한다면 더 이상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기는 순환한다.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성장 지속 가능한 건전한 경제 메카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3%성장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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