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시 민자당 수백억 선거자금 뿌려

비자금 파문에 휩싸인 문희갑 대구시장이 20일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비자금은 90년 대구서갑 보선을 치를 당시 중앙당으로 내려온 지원금일 것"이라 언급했다. 그렇다면 당시 서갑 보선이 어떠했길래 그 정도의 돈이 남았을까.

4·3 서갑 보선은 우리 헌정사에서 보궐선거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빅이벤트'였다.

5공청산의 기류 속에 정호용 전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내놓아 치른 서갑보선은 당시 노태우 정권이 추진한 5공청산의 정당성을 심판받는 장으로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그 래서 민정·민주·공화 3당이 합친 민자당은 당운을 걸고 이 선거에 매달렸다.

이때 민자당 후보가 문희갑 전 청와대 경제수석. 거의 떠밀리다시피 후보로 나온 그는 의원직을 사퇴한 정 전 의원이 다시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면서 힘겨운 싸움에 직면했다. 민자당은 그런 문 후보에게 국회의원 수십명을 붙여 37개 동별로 '동책'을 맡도록 했다.

따라서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자금이 퍼부어졌다. 당시 민자당은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했으므로 수백억원의 선거자금을 뿌렸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투표일을 열흘쯤 앞둔 90년 3월 24일 정 전 의원이 여권의 집요한 압력과 설득에 굴복, 후보를 전격 사퇴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여권은 10일간 퍼부을 선거자금을 상당한 규모로 남겼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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