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개혁을 추진, 가장 활기찬 경제성장국의 하나로 일본이 배울 만한 모델이 됐다고 21일 영국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선생이 될 만한 학생'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은 지난 수백년간 일본의 그늘에 가려 있었으나 최근 몇해동안 팝 뮤직과 인터넷사이트 콘텐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한국바람(Korea wave)'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더욱 모험적인 기업들이 디자인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또 공식통계를 근거로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3% 성장, 가장 활기찬 경제성장국중 하나가 됐다고 덧붙였다.
타임스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로서는 한국이 IMF 구제금융 등 재정위기를 극복한 과정을 배울만 하다고 일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다면서 한때 일본으로부터 경제를 배운 학생이 이제는 도쿄의 개인교사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과거 일본의 방식을 답습해 재벌그룹에 저리자금을 지원, 철강과 선박, 자동차 등 값이 싸면서도 높은 품질의 각종 제품을 생산했으나 이같은 발전모델은 총체적으로 자본을 잘못 배분, 1997-98년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IMF의 지원으로 즉각 금융제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신문에 인용된 권태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위기는 한국의 밀실경제를 세계화할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합의를 창출, 경험과 교훈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금융제도 개혁의 직접적인 효과는 재벌기업의 (경제)장악력을 완화시킨 것으로 상위 30개 재벌그룹중 14개그룹이 파산,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거나 강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 금융업계 역시 전체 30만 노동자중 3분의 1을 감원했고, 부실채권의 지속적인 상각으로 무수익여신(NPLs) 대부분을 정리하는 등의 성과와 함께 자본시장도 확대, 심화되고 외국 포트폴리오투자 유입을 끌어 당겼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로써 한국 주식의 38%를 외국투자자들이 보유하는 등 1997년 이전 대한(對韓)직접투자가 240억달러였으나 IMF 사태 이후 500억달러가 유입됐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성과에도 불구 "한국은 당초 개혁목표의 50~60%를 달성했을 뿐이며 필수적인 기업 및 노동시장 개혁은 정체중"이라고 박영철 고려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박영철 교수는 그러나 "일본에서 배울 것은 더 이상 없다. 교훈을 줄 나라를 찾기 어렵고 아시아 각국을 봐도 개혁에 관한 한 우리보다 뒤져 있다. 그러나 서방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도 뒤져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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