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세 마디만 하면 직업이 들통난다(說三句.不離行)"는 속담이 있는데, 나는 입만 열면 중국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세 마디까지 갈 것도 없다. 이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합집산.합종연횡의 어지러운 정치판이야기나 구린내 술술 나는 부지기수의 비리 사건들은 식상해서 화제에 올리기도 싫은 데다가 우리 한국이 지척거리의 이웃나라 중국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아는 체 좀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발생한 25명 탈북자들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장면과 독일인 인권운동가의 승리에 들뜬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하였다. 앞으로 이들 수의 100배 1천배나 되는 남은 탈북자들이 겪게 될 고초와 중국에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당하게 될 감시가 눈에 선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은 그 후 연일 이어지는 중국정부의 강경 반응을 보면서 한국정부의 대응이 적절치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불안으로 증폭되고 있다.
우선 우리는 중국정부의 탈북자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파악해야 그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탈북자를 국경을 무단으로 넘어온 범죄자이며 사회주의체제에 불만을 가진 불순분자 즉 '반도(叛徒)'로 보고 있다.
이 탈북자들을 이데올로기가 투철하지 못하여 경제적 빈곤상황을 구실삼아 동포들을 등지고 도피한 반동 부르주아적 그룹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동정해야할 불쌍한 인민이 아니라 인민을 배반한 비인민(非人民)이므로 마땅히 색출하여 본국에 돌려보내 개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세계각국의 이목을 의식하고 중국내에서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여 비교적 소극적으로 처리해왔다. 특히 사회주의국가인 북한의 도망자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취한다면 사회주의국가 중국의 국민이 자유와 풍요를 찾아 국경을 넘어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에 탈북자에 관한 소식을 일반 백성에게는 가능한 한 봉쇄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원칙은 전세계가 아는 이번 사건도 공산당원이나 사회지도급인사들만이 볼 수 있는 '참고소식(參考消息)'에 2줄 단신으로 보도한 것 외에 언론을 완전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탈북자들로 인해 중국이 인권시비에 연루된다든지 자국 영토 내에서 불편한 외교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본래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스페인대사관 진입사건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대내적으로 진행은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하겠지만, 탈북자들을 북으로 돌려보낼 무자비한 방안을 강구하고, 대외적으로는 강경하고 위협적인 메시지를 관련국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 하에 우리 정부는 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장 현 단계의 위기를 타개할 응급방안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야 한다.
즉 일차적으로 한국 정부는 조속히 "중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민간사회단체는 입국목적에 맞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라"는 내용의 통지를 중국정부와 관련기관에 비공개적으로 전달하여 일단 발등의 불을 끄고 중국내 한국사회단체를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退一步.進二步) 전법'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과의 공동보조 하에 북한을 개혁개방정책으로 인도해야 한다. 북한주민이 국경을 넘는 요인은 경제적 빈곤과 자유에 대한 동경이므로 경제원조로 빈곤을 해결해 주면 탈북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판단이며 북한 정치체제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이다.
이 때 북미대화재개에 지나치게 기대를 걸기보다는 한중 동반자관계를 한 단계 더 높여 소위 혈맹관계라는 중국과 북한관계에 근접함으로써 중국이 한국 측에 유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이는 한중수교 10주년인 금년에 새겨 볼만한 주제이다.
조수성(계명대 교수.중국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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