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각의 링'옛 영광 지킴이

할리우드 영화 '알리'가 개봉된 데 이어 국산영화 '챔피언'의 개봉을 앞두고 권투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챔피언 최요삼이 변변한 프로모터가 없어 시합을 갖지 못하다 최근 일본에서 가까스로 방어전을 갖는 등 사양길에 접어든 서글픈 상황에서 권투는 '위대한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불꽃 투혼의 복서' 김득구를 다룬 영화 이야기로 다가오고 있다.

돈과 명예, 격정적인 승부, 피와 땀과 눈물, 팬들의 환호로 어우러졌던 권투의 영광스런 시절은 분명 지나갔다. 영광이 지나간 자리에 추억이 자리잡고 추억 속에서 진한 애정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세광권투체육관 박병관 관장(55)도 권투에 대한 애정으로 사는 인물.

지난 80년대초부터 체육관을 시작, 십여 차례나 옮겨다니다 수년간 공백기를 가진 뒤 한달여 전 다시 체육관 문을 열었다.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한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50여평의 체육관에는 사각의 링과 운동기구, 벽 여기저기에 마빈 해글러, 구시켄 요코, 조인주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챔피언들의 사진과 포스터가 걸려 있다.

지난 60년대 6년 가량 무명 복서 생활을 했던 박 관장은 이후 복싱 곁을 떠나지 않았다. 70년대 지도자 생활을 하다 80년대부터 자신의 도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그는 행상으로 생활을 꾸려가면서 후배들을 길러냈다.

그래도 복싱이 인기있던 시절이어서 체육관 안에는 50여명의 관원들이 있었고 유망한 선수들도 제법 있었다. 90년대 들어 복싱이 사양길로 접어들었으나 그의 복싱 사랑은 여전했다. 그러다 그는 2년여전 녹내장을 앓아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은 뒤 한동안 손을 놓았던 체육관 문을 다시 열었다.

아직 관원들이 몇 명 없고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 같지도 않지만 박 관장은 묵묵히 관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복싱의 인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선수 양성은 꿈꾸기 힘들지만 청소년, 일반인들과 함께 복싱에 대한 애정을 지켜가고 있다. 박 관장은 "체구만 크고 나약한 요즘 청소년들이 권투를 통해 심신을 단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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