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가계부채 급증은 '새로운 危機'

가계의 빚더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경제단위인 가계의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국민경제의 근본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341조7천억원으로 전년대비 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평균 2천33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인데 가처분 소득의 90%에 이른다고 하니 1년간 벌어들인 액수나 빚을 지고있는 액수가 비슷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수를 살려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거시(巨視)지표에 매달리는 사이 미시(微視)지표인 가계가 이처럼 불량상태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정책적인 모순이다. 가계 부채 증대는 신용불량자를 양산, 결국에는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것이다.

가계부채 급증은 금융기관들이 개인대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 대출이 주범이다. 지난해 늘어난 가계대출 62조4천억원 가운데 3분의 2가 주택담보대출이었으며 이는 최근 일고있는 부동산 투기와 무관하지 않다.

담보 가치가 떨어질 경우 곧바로 '거품'으로 사라질 위험한 자산들이다.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방만한 신용카드 사용도 이미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됐으나 아직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신규 발급카드가 2천700만장에 달했고 카드 신용불량자만도 245만명(1월말)에 달한다. '대량 발급, 대량 불량'의 악순환을 방치한다는 것은 정책 부재(不在)가 아니고 무엇인가.

기업 부실과 금융기관 부실이 IMF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다면 이제 가계 부실은 '새로운 위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게다가 당국은 저금리 부작용을 우려,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는 연간 3조원의 이자를 추가부담해야 한다.

건전 가계를 유도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자칫 가계 파산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리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현행 대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생산과 수출 증대 쪽으로 자금이 쏠리도록하는 것이 당국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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