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얽히고 설킨 인연...다른 색깔 영화 두편

때로 우연한 만남이 서로를 생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가 하면 때로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행복의 카타르시스를 열어주기도 한다. 필연적으로 우연한 만남에 얽힌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영화, 영화 JSA 박찬욱 감독의 신작 '복수는 나의 힘'과 미술관 옆 동물원 이정향 감독의 신작 '집으로…'.

▶복수는 나의 것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청각장애인 류(신하균 분)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신장을 이식해야만 살 수 있는 누나를 위해 장기 밀매단을 찾아간 그는 퇴직금 1천만원과 제 신장을 빼앗긴 채 버려진다.

이때 누나에게 적합한 신장을 찾았으니 일주일 내로 수술비를 가져오라는 병원의 통보가 날아든다. 류의 여자친구 영미(배두나 분)는 부잣집 아이를 유괴하자고 제안한다. "이 세상에는 '착한 유괴'도 있다"며 둘은 중소기업 사장인 동진(송강호 분)의 딸을 납치하고 비극은 시작된다.

류가 몸값을 챙겨들고 기뻐할 동안 동생의 범죄사실을 안 누나는 손목을 그어 자살하고, 유괴한 아이 역시 뜻하지 않게 강물에 빠져 익사하고 만다. 동진은 유괴범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누나를 잃은 류도 장기 밀매단을 응징하면서 각자의 복수가 시작된다.

'복수는...'은 잔인한 하드고어다. 류가 장기밀매단의 신장을 꺼내 소금에 찍어먹고(영화속에서 암시된다), 동진은 영미를 전기고문으로 살해하고 류를 자신의 딸이 빠져죽은 강속으로 끌고 들어가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잘라 익사시킨다.

"난 네가 착한 놈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세상의 폭력에 '어쩔 수 없이' 폭력으로 맞서다 허망한 운명을 맞고 마는 비극을 다뤘다.

▶집으로…

77살 먹은 할머니와 7살 먹은 외손자의 '귀(?)막힌 동거'이야기.

일곱살 상우는 버스를 타고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한참 걸어 할머니 집에 도착한다. 형편이 어려워진 상우 엄마가 잠시 상우를 외할머니 댁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 상우. 게임기와 롤러블레이드에 익숙한 아이에게 배터리도 팔지 않는 시골 가게는 못견디게 갑갑할 뿐이다.

짜증나는 표정의 상우는 할머니에게 되바라진 짓을 서슴지 않는다. 오락기용 전지를 사기 위해 할머니의 머리에서 은비녀를 훔치고, 할머니가 김치를 찢어 밥위에 올려주면 매몰차게 퍼내버리고, 할머니의 고무신을 내다버리는 심술을 부린다.

하지만 할머니는 단 한번도 나무라지 않는다. 어느날 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었던 상우는 할머니에게 손짓, 발짓으로 설명하지만 할머니가 시장에서 사온 것은 '닭백숙'.

할머니에게 닫힌 마음을 여는 상우가 시골집을 떠나기 전 한글도 모르는 외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치는 장면이 가슴 뭉클하다.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는 실제 시골에서 호두농사를 짓는 100% 촌 할머니.

'외할머니에게 바치는 영화' '할머니는 자연'이란 이정향 감독의 독백처럼 영화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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