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멀게는 19세기부터 "내가 예술을 결정한다!"라며 떠드는 친구가 등장했다. 미술관이다. 원래 미술관은 18세기 계몽주의의 산물이다. 발생론적으로 보면 미술관은 프랑스대혁명 이후 시민의 문화향수권 신장의 일환으로 탄생하였다.
그러나 초기 미술관은 철저히 일반 관객을 통제하여 왔다. 오히려 미술관은 와해된 아카데미를 국가 권력이 자기 입맛대로 운영하기 위해 공고히 한 측면도 많다. 그런 미술관이 19세기 후반부터 예술을 재단(裁斷)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미술관은 관객과 작가들에게 "미술관 소장작품=예술, 미술관 불소장(不所藏) 작품=비예술"이라는 등식을 심어주었다. 예술의 판단기준이 미술관이 된 것이다. 누가 미술관에 그런 권위를 주었는가? 미술관은 은근슬쩍 거대한 미술권력기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미술관의 융성과 문화권력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화상(畵商)의 역할 축소와도 관계가 있다. 20세기 후반, 미술시장의 쇠퇴가 그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화상을 중심으로한 미술시장이 미술을 부양하는 역할을 못하자, 그 역할이 고스란히 국가로 넘어왔다.
국가는 미술의 부양(문예진흥기금지원 등), 미술 인프라의 구축(미술관 건립 등), 권력 선전을 위한 이벤트(비엔날레 개최 등)를 통해 미술제도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미술관과 문화권력이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미술관은 미술계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격전장이 될 확률이 높다. 경기불황, 미술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 등으로 활동영역이 좁아진 미술계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예술활동을 펼쳐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박우찬(대구시립미술관 건립전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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