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생태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12)기청산 식물원,내연산 수목원

포항에서 생태공원을 이야기하자면 기청산 식물원과 내연산 수목원을 빼놓을 수 없다. 기청산은 한 개인의 고집스런 집념이 일궈낸 식물원이다. 그곳에 가면 33년을 한결같이 식물원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한사람의 정열에 고개가 숙여진다. 내연산 수목원은 전국의 29개 수목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데다 다양한 물고기도 볼 수 있어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청산(箕靑山) 식물원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개인식물원인 이곳에는 요즘 봄기운이 완연하다. 식물원하면 대개 많은 종류의 식물 등이 화려하게 전시된 공원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포항 청하중학교와 맞붙은 기청산 식물원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인위적인 빼어남이나 시설물의 번드르함은 찾을수가 없다.

대신 수많은 새들의 지저귐과 작은 동물들의 분주함, 그리고 식물의 향기와 자연 본래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 조용함으로 사찰에 온것 같은 기분에 빠지게 한다. 지난 69년 기청산농원으로 시작, 조금씩 식물들을 수집하고 전시한 것이 어느 새 9ha의 면적에 1천200여종이 자리잡았다. 대부분이 한국 자생식물이어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야생화원을 비롯 무궁화원과 식약용 식물원, 울릉도원, 수생식물원 등등. 주제별 생태적 전시방식 또한 독특하다. 보기 좋고 편하도록 전시한 것이 아니라 식물들이 살기 좋고 비교 관찰이 쉽도록 꾸며 놓았다.

이 식물원의 목표는 가장 한국적인 식물원으로 만드는 것. 실제로 구석구석을 그렇게 만들어 한바퀴 돌아 보면 토종, 즉 우리 것이 어떤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운영방식도 다르다. 다른 식물원이나 수목원처럼 입장료를 받고 무조건 개방하는 체제가 아니라 식물연수 신청자에게만 사전 예약을 통해 개방된다.

단순관람 입장은 불가한 것이다. 식물들을 단순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이곳은 늘 분주하다. 수년에 걸쳐 '우리 꽃' '우리나무' '우리땅' 제대로 알기 운동을 펼쳐온 관계로 식물관계자와 공무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교육신청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기청산식물원의 교육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주제로 한다. 식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연의 이치를 알고 이해하는 인간교육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 식물원은 부설 연구소로 한국생태조경연구소도 설립, 우리 자생식물을 한국의 조경현장에 적극 도입시켜 나가고 있다. 우리 식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연출하는 생태조경이 더 연구되고 시도되어 전국에 퍼져 나가야 우리 땅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차원이다.

이 모든 것은 이삼우 원장이 지휘한다. 청하중학교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서울대 농대 임학과 졸업후 좋은 직장 마다하고 곧바로 낙향, 평생을 식물 연구에 바쳤고 이 식물원을 만들었다.

기청산은 '알짜배기 푸르름을 산처럼 모은다'라는 뜻. 이 원장은 "식물은 모든 자연의 근본이자 바탕" 이라면서 우리 식물에 대한 안목치수을 넓혀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 기청산이라고 했다.

봄의 기청산은 정말 생기가 돈다. 4월부터 노루귀와 금낭화, 기린초, 동의나물 등 봄꽃이 활짝 펴 내방객들을 맞는다. 자녀들과 함께 돌아보면 자연학습장으로도 더없이 좋다. 이곳을 관찰하려면 미리 교육신청(054-232-4129)을 해야하는데 시간당 교육비는 1인당 보통 5천원선. 전문교육을 받은 강사들이 신청객들의 수준을 고려, 프로그램을 짠후 안내해 주는 맞춤 교육이 이 식물원의 또다른 특징이다. 홈페이지 주소 www.key-chungsan.co.kr

▲내연산 수목원

포항에서 영덕으로 20분쯤 가다 청하네거리에서 좌회전, 죽장 상옥 방면으로 13km 정도를 더 가면 산중턱에 잘 가꾸어진 공원 하나가 나온다. 해발 600m에 위치한 '내연산수목원'이다.

국립 1곳, 공립 11곳, 사립 12곳, 학교 5곳 등 전국 29개 수목원중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국내 유일의 고산수목원으로 주변이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느낌이 편안하다. 16만여평 규모. 경북도가 지난 96년부터 6년동안 50여억원을 들여 조성, 지난해 9월17일 개원했다. 목본 430종 1만6천여본과 초본 290종 6만2천여본이 있다.

테마별로 꾸며진 25개 소공원은 관찰대상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방향식물원은 꽃에서 향기가 나는 식물 위주로 만들었고, 테마정원은 계절마다 꽃을 보고 자연의 향기에 취할 수 있도록 집단화시켜 놓고 있다.

또 울릉도가 원산지인 수종을 심은 울릉도식물원을 비롯 약용.식용 식물원과 고산식물원, 습지원, 관목원에는 희귀종 등이 있다. 여러 품종의 장미와 야생초를 심은 장미원과 철쭉원, 야생초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이 수목원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고 유실수원에는 여름부터 자두와 앵두, 살구, 석류, 밤, 감 등 각종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특히 산속에 인공적으로 만든 큰 못과 작은 연못, 창포원은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물위의 나무다리(木橋)를 거닐며 창포와 붓꽃, 떼지어 노는 송어떼와 잉어, 붕어, 버들치 등 다양한 어종을 산 중턱에서 감상하는 기분 또한 그만이다.

56평 규모의 홍보전시실도 볼거리. 산림에서 생산되는 100가지의 약용식물을 비롯 곤충과 버섯, 나무로 만든 생활도구 등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산림청이 시.도별로 자생하는 나무중 가장 귀하다는 12본을 수집, 기증해 준 박달나무와 느릅나무 가문비나무 등은 내연산 수목원에서만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학생들 체험 학습장으로 제격이다.

또 포항에서 가장 높은 해발 930m의 향로봉과 보경사가 뒤편에 위치해 있고 1~6시간 소요되는 등산로 4개도 나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관람은 3월∼10월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고, 동절기인 11, 12월 동안은 오후 4시까지다.

희귀수종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와 미선나무, 망개나무를 비롯 포항에서 많이 서식하는 모감주나무 등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때문에 개장하자마자 현장 교육장으로 각광받아 하루 평균 3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다

주말에는 가족단위 탐방객이 많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루 3천300여명이 다녀 갔다. 청정지역인데다 수목원내에 1만8천평이나 되는 잔디광장 등 쉴 곳들이 많아 봄과 가을 소풍지로서도 더없이 좋다. 단체관람객이 오면 직원들이 안내한다.

도민반응이 좋아 경북도는 올부터 3년간 50여억원을 더들여 시설을 보완한다. 이 사업이 준공되면 수목원 옆 동쪽 산봉우리 전망대에서 동해 일출의 장관과 영덕 강구부터 포항 구룡포까지의 바다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또 현재 55ha인 이 수목원의 규모가 향로봉 인근의 1천여ha로 확대된다. 054)262-6110.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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