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아내가 핸드폰 하나 사줘

나도 남들처럼 작업복에 넣고

전화가 오기를 기다려도

전화는 한 통화도 오지 않는다

작업복을 바꿔 입고

전화기 보면

전화가 와 있다

시끄러운 기계소리

망치소리 때문이라고

아내가 진동으로 고쳐줬지만

그래도 전화는 오지 않는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친구들 뭐라 하지만

친구들아

내 몸이 하루종일

진동이었음을

- 김용만'휴대폰'

시의 화자는 아마 공장노동자거나 일용노동자(노가다)인 것 같다. 휴대폰을 갖고 있지만 공장의 소음 때문에 듣지 못한다.

그래서 아내가 진동으로 바꿔 놓는다.그래도 역시 전화를 받지 못한다. 왜? 진동 때문이다. 비교적 쉬운 시이다. 그러나 마지막 연, 내 몸이 종일 진동이었다는 구절은 독자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 세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시는 이렇게 생활의 구체성을 담을 때 설득력이 있고 아름답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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