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로화가의 봄-청.장년 열정 강우문씨

원로화가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는 누굴까? 강우문(81)화백을 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3년마다 한번씩 개인전을 열고 있고 매년 몇개의 그룹전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화실은 서부정류장 부근의 큼직한 건물 3층에 있었다. 30평 가까운 넓이에 그가 그린 크고 작은 작품으로 가득차 있었다. 볼륨감있는 여성 3명의 누드화와 신명나게 탈춤을 추는 인물화가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그가 지난달 그렸다는 10호 크기의 누드화 한점을 보여줬다. 화면 한쪽은 텅비어 있고 맞은편 화면에는 고개를 꼰채 갸날픈 몸매의 여인이 요염하게 앉아 있었다.

이제까지 그가 자주 그리던 풍만하고 농염한 여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깔끔하면서 현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작가라면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죠…. 예전 것을 자꾸 답습하면 누가 그림을 보러오겠습니까".그가 연령 면에서 원로화가일지 모르지만, 열정만큼은 청.장년 화가들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는 주말에도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채 화실에 파묻혀 지낸다고 했다. 오전 10시에 화실로 출근하면 오후 5,6시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침대에 누워 클래식 음악을 듣고, 또다시 그림을 그리면서 하루를 보낸다. 쉴 때도 그림 구상만 한다고 했다.

"아무리 많이 그려도 어려운게 그림입니다. 아직까지 제 작품에 만족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실컷 힘들게 그려놓고보면 반드시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어요". 중학교때 대구의 천재화가 이인성씨를 사사한 이후 단 한차례도 붓을 놓지않았고, 경북대 예술대 학장 등을 거치면서 웬만큼 명성을 얻은 원로화가도 자기 그림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작가란 어떤 존재이며 그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통해 남에게 자그마한 감명이라도 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때문에 화가가 됐다는 것을 지금까지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그는 80년대초부터 탈춤, 농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겨 그려왔다. 그는 "예전 어린시절 탈춤과 농악에 열중하던 이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얼마전만 해도 붉은색과노란색 등 강렬한 색깔을 구사했지만, 갈수록 회색과 흰색 등의 부드러운 색깔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의 누드화는 예전부터 유명했다. 그는 누드화를 '화가들의 영원한 테마'라고 정의하면서 수천 수만가지 포즈와 색감, 구성이 자유자재로 나오기 때문에 다가갈수록 새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앞으로의 전망을 물어봤다. 원로화가답지 않은 겸손과 성실함이 가득 배어있는 답변을 했다."솔직히 아직까지 제 그림이 어떤 건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때문에 대가(大家)가 되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열심히 그려온 것 만큼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붓을 쥘겁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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