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법 잣대 '들쭉날쭉' 선관위직원도 "헷갈려"

'언론사 주최행사는 참석해도 되고,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받는 노인회의 행사참석은 법에 위반되고…' '구청장은 차량 확성기를 이용하고, 구의원은 휴대용 확성기만 써야 하고…'.

6·13지방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 왔지만 선관위 직원들조차 헷갈리는 선거법 조항때문에 선거관계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같이 애매한 선거법 조항 때문에 각 구·군 선관위마다 해석 기준 및 잣대가 들쭉날쭉해 '고무줄 선거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직 단체장이 이번 선거에 출마할 경우 공공기관에서 개최하는 행사에만 참석할 수 있으나 공공기관의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실제 지난 1월 한 언론사 신년교례회는 현직 단체장들의 참석이 가능했지만 대구시의 재정지원을 받는 한 노인회 행사는 선거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참석이 불가능했다.

달서구선관위 관계자는 "넓은 의미로 볼때 언론사는 사기업이지만 공공기관이라고 볼 수 있고 노인회 경우 시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해도 공공기관 성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끔 공공기관에 대한 범위를 두고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확성기를 이용한 거리유세도 마찬가지. 구청장 후보자는 차량부착용 확성기 사용이 가능하지만 구의원 출마자는 휴대용 확성기만 허용된다. 거리 소음 방지가 목적이라는 게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휴대할 수 있으면서도 출력이 큰 첨단 장비가 개발되는 상황이어서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즉 소음 방지를 위해 기준을 차량용-휴대용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장비의 출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 서구청 경우 매년 하반기 8주동안 실시하는 여성교양대학이 지난해 12월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선관위 해석에 따라 4주만 열고 조기 종강했다. 하지만 같은 성격의 달성군 장수체육대학은 100여명의 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개설됐다.

또 주민들을 위한 공익사업으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도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폐쇄, 주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북구청은 민원 무료법률상담을 수년간 실시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선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돌연 폐쇄하기도 했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정준표 교수는 "선거법이 자주 개정되는데다 단서조항이 자꾸 붙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며 현실에 맞게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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