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청와대 또'낙하산' 개입인가

김대중 대통령마저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낙하산 인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중에는 오홍근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임명이라는 낙하산 인사가 있더니 3월 들어서는 금융통화위원회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왔고, 노동부 산하 근로자 복지공단과 한국산업안전공단 등 2곳에는 임기 만료되는 이사들은 "재임용하지 말고 퇴임 시키라"는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의 뜻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공단의 어느 퇴임예정 임원 한 명이 노동부 최고위 관계자로부터 "청와대가 워낙 강력히 반대해 어쩔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실토하면서 이는 누가 봐도 청와대가 각 부처 산하 단체에 낙하산 인사를 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주장했다.

여러정황으로 미뤄 수긍이 간다. 또 노동부에서도 "이들의 정년이 올해 말 인데 9개월이나 앞당겨 퇴진시키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면서 "노동부 장관이 임면권을 갖는 산하단체 임원 인사에 청와대가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바로 또 다른 낙하산 인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꼭 정년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해당 임원들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있어 해임을 권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 왜냐하면 안 좋은 소문이 있으면 적당히 얼버무리지 말고 조사를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있은 금융통화위원 선정에도 낙하산 물의가 있었다. 우선 한국은행 노조가 '낙하산 금통위원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금통위원 추천이 얼마나 잘못 운용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우리는 무늬만 추천기관이지 발표 하루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이름만 통보 받는다"는 어느 추천기관의 자조(自嘲)로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최근 추천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자신들의 추천인사를 발표 불과 몇 시간 전에 알았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은노조의 넋두리처럼 "우리나라 금융통화정책을 책임지는 금통위에 각계 전문가를 포진시킨다는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정부 입김만 남아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발전노조 등이 공기업 민영화를 둘러싸고 쟁의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때에 이렇게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어도 좋은 것인지, 또 낙하산 인사는 없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어떻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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