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首防司에 이어 해병대마저…

대담한 수법으로 수방사 초병의 총기를 탈취, 한빛은행을 털었던 강도범이 전군(全軍) 비상령속에, 그것도 최전방 해병부대에서 실탄까지 훔쳐냈다는 것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한 '대사건'이다.

수방사가 뚫린 것은 청와대가 뚫린 것이라고 본란은 이미 지적한 바 있거니와 적과 24시간 대치한 강화군 최전방 해병대의 탄약고가 털렸다는 데서 우리는 벌려진 입을 다물수가 없다. '귀신잡는 해병'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붙잡힌 4인조 강도범은 모두가 대학생이요, 카드빚 때문에 '한탕'을 모의했다는데서 우선 어이가 없다. 수방사에 침입할 정도면 특수부대원 출신이거나 아니면 대담한 전문가일 것이라는 게 당초 군·경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수방사와 해병대라는 군의 최정예부대가 4명의 대학생들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꼴이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이 사건은 그러나 명령에 죽고 살아야하는 군의 지휘체계에 구멍이 뚫리면 군대가, 나라가 어떤 꼴이 되는지를 간단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훈적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수방사에서 K2소총을 탈취하고 나흘뒤 강화도 해병부대 탄약고에 침입, 자물쇠를 절단기로 부수고 실탄 400발을 훔쳐 이중 한발을 한빛은행 중랑교지점 범행에서 발사하고 잠적했다. 전군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속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총기만 탈취당한 수방사는 실탄분실 여부를 파악토록 전군에 긴급히 '재물조사'를 요구한 상태였으며, 해병부대는 상부에 보고하기는 커녕 범인들의 자백진술 후에까지도 '전혀 몰랐다'고 분실사실을 부인했다니 이게 도대체 어느나라 군대인가 말이다.

휴전선을 코앞에 둔 최전방 해병부대에서 실탄을 대량분실하고 더욱이 자물통까지 절단돼 있는데도 몰랐다? 수사본부측의 말처럼 이것은 결국 수방사의 재물조사 요청을 묵살했거나 피해사실을 숨기려는 속셈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은폐가 아니고 애시당초 도난사실조차 몰랐다면 이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간첩이나 북한군 특수요원이 침투했을땐 완전히 '한밤중'일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최후에 믿는 것은 누구인가? 우리의 땅을 지키는 군(軍)이다. 그 군은 누가 통솔하는가? 각 군부대의 지휘관들이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조직에서 기강은 위에서부터 나온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수방사 총기피탈사건에서부터 군의 문책은 물러터진 것이었다. 군마저 봐주기식이라면 군령(軍令)은 물건너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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