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검수사 뒷얘기

25일로 마무리된 차정일 특별검사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는 105일간의 수사기간 내내 권력의 핵심을 연이어 건드리는 등 기세등등했지만 막판에 고소까지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1일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은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올 것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검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범 한달만에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의 게이트 연루사실을 밝혀낸 것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출발했다.신승환씨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1월13일 오후는 차 특검 등 특검 관계자들이 기억하는 가장 짜릿하고 긴박했던 순간이었다.

"신승환씨를 구속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우리도 자신하지 못했다"는 차 특검의 회상처럼 당시 특검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첫 '거물급' 인사에 대한 영장발부 여부에 대한 초조함이 가득했다.결국 신씨 구속을 계기로 권력의 핵심에 접근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게 한 특검 관계자의 전언이다.

검찰수사에서도 베일을 벗기지 못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보물발굴사업에서 했던 역할을 규명한 것도 잊지 못할 순간이다.

이씨가 보물발굴 지분 15%를 약정받기로 한 혐의로 지난달 1일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당시 영장실질심사후 담당판사가 장고를 거듭하면서 통상적인 영장발부여부 시간을 4, 5시간이나 넘기자 혹시 기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특검관계자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밤늦게 이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는 순간 퇴근하지 못하고 대기중이던 팀원들은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다.계좌추적팀에 꼬리가 밟혀 덜미가 잡힌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구속시에는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아닌 현 정권 비리수사라는 또다른 방향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8일 이씨가 특검팀 수사관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소했을 때 차 특검은 화가 나 밤잠까지 설쳤다고 한다.

차 특검은 "특검팀의 모든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지 수사관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예정에도 없었던 중간수사발표를 하며 휘하 수사관들을 고소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검수뇌부들은 105일간 점심과 저녁을 뚝배기 배달로 해결하는 등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두문불출, 기자들과의 접촉을 삼갔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수사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서였다.특검팀원중 바쁜 일정에도 꾸준하게 건강관리를 해온 사람은 단연 김원중 특검보.

평소 조깅으로 체력관리를 하며 마라톤 풀코스 완주경험도 있는 김 특검보는 수사기간동안 매일 새벽 집주변 헬스장에서 30분씩 달리기를 한 뒤 곧바로 특검사무소로 출근해왔다.또 석달 반동안 동고동락해온 특검팀 47명은 이 인연을 계기로 가칭 '특검계'를 만들기로 했다.

오는 25일 수사를 종료하는 특검팀은 공소유지를 위해 서울 서초동 신한국빌딩 9층에 30여평 규모의 새 사무실을 마련, 차 특검과 박희석, 한성수 특별수사관, 행정.경리를 맡게될 임성수, 박홍경 검찰파견직원 등 6, 7명만이 남게된다.

특별수사관이던 이영희 변호사도 원활한 공소유지를 위한 기초작업을 변호사 활동과 병행하기로 했다.이 기간에 차 특검은 재판에 충실히 임하기 위해 특검법이 허락한 변호사 업무를 접어두기로 했다.

이상수.김원중 특검보 등 6명의 변호사들과 송해운 검사 등 검찰파견직원, 계좌추적 전문가, 경찰파견직원 등 지난 한겨울을뜨겁게 달구었던 이들 '공포의 외인부대'는 풀지못한 의혹의 공을 검찰로 넘긴 채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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