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돌연 대선후보 경선을 중도 포기한 김중권 고문은 그야말로 자금도, 조직도 없는 필마단기의 선거전끝에 낙마했다.민주당 대표시절 뻔질나게 찾아오던 의원들이 막상 경선에 나선다고 하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김 고문이 경선포기를 굳힌 것은 지난 23일 충남경선 직후였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이인제 후보는 무려 73.7%의 득표율을 얻었으나 김 고문은 10.1%에 불과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그날 그는 다음 경선지인 춘천행을 돌연 취소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선거캠프에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순간이었다.
24일 춘천. 그러나 강원경선에 마지막 기대를 걸기로 했다. 김 고문의 고향인 울진이 과거 강원도였다는 점에서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그날 오전 춘천 호반체육관 입구에서 김 고문은 부인 홍기명씨와 두 딸, 며느리와함께 "OK JK" "만사(萬事) OK" 연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후 2시30분. 네 후보 중 가장 먼저 정견발표를 한 그의 목은 심하게 잠겨 있었다. 어느 때보다 신랄했고 격렬한 연설이었다. 그는 "어젯밤 참으로 괴로웠다.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입을 연 뒤 "국민축제가 또다른 지역감정으로 얼룩졌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결과는 득표율 10.7%. 전날 충남 결과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였다.
24일 오후 8시5분 서울행 기차안. 선거참모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김 고문은 가족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그간 애쓴 식솔들에게 일일이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김 고문이 슬그머니 경선포기 뜻을 꺼냈고 가족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다만 선거를 돕기위해 미국에서 온 막내딸 만이 끝까지 사퇴를 반대했다.
밤 11시 서울 서대문 사무실. 김 고문은 선거참모들을 불러놓고 새벽까지 난상토론을 벌였다. 일부 참모들은"그만두더라도 대구경북 경선까지는 가자"며 눈물로 만류했으나 그의 뜻은 완고했다.
25일 오후 2시 민주당 기자실. 그는 "지금까지 지지해주었던 당원 동지, 국민들의 뜻을 밤새 되새기고 되새겼다"면서"울산의 승리는 제게 큰 감동으로 남아있지만 광주 대전 충남 강원에서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여러분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후 2시30분 여의도 사무실. 그는 삼삼오오 모인 대구.경북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짧게 설명했고 10여분 뒤사무실을 떠났다. 오후 3시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장영철 노사정위원장이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섰으나 김 고문을 찾을 수 없었다.장 위원장은 "어떻게 된 것이냐"며 말끝을 흐렸다.
사퇴후 그의 홈페이지는 사퇴를 아쉬워하는 글이 쏟아졌다. 며칠전만 해도 사퇴하라는 악의적 글이 도배되다시피 했지만이날은 정반대였다. "안타깝고 고맙습니다(ID 아산사람)""아름다운 사람(갈갈이)""김 고문께 행운이 있기를(나그네)""진심으로 애석하게 생각하며(모귀)" 등 격려성 글이 하루사이 수백개나 올라왔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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