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구의 TV방송뉴스는 단연 '문희갑 대구시장 비자금 문건' 보도로 뜨거웠다. 이 달 초까지만 해도 문 시장이 한나라당 대구시장후보 경선에 의욕을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곧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하더니만 주 중반 돌연 '경선포기'를 선언, 대구시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구의 화합'을 위해 포기한다는 게 보도 내용이었다. 그러더니 목요일에는 윤영탁 한나라당 의원이 돌연 경선포기를 선언하기에이른 것이다. 어떤 관계인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방송들은 '문 시장 비자금 문건' 관련 인사로 윤 의원을 클로즈업했다. 관련자 인터뷰를깔고 말이다. 윤 의원은 이미 대구시장후보 경선에 출마할 것이란 점을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밖에 '문 시장 비자금 문건' 관련, 방송보도에 오르내린 인물은 문 시장의 측근 인사라는 이모씨, 한나라당 전 대구시지부 간부 김모씨, 이 당의 대구시지부장, 문건 공개를 요구하고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 대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문제의 이, 김씨에 검찰로 나와달라고 요구했다는검찰 관계자 등이다. 이들의 '입'에 시청자들은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관심의 과녁이 돼버린 '문 시장 비자금 문건' 보도는 초입인데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을 남겼다. 서울에서 특검팀이 온통 '로비자금', '의혹' 등으로 연일 기세를 올린 것도 사실은 방송들이 그만큼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구의 최대 핫 이슈인 '비자금 문건' 보도가 정작 메인 뉴스의 머리에 오른 사례는 보도 첫날 외에는 드물었다.
다음으로 보도태도는 문 시장의 주장을 거의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다시피 해 매우 소극적인 점이 눈에 띈다. '문 시장 비자금 문건'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문건 전달자 이, 김 모씨의 언급을 중계하는 것 외에는 파헤치려는 노력을 별로 보여주지 않았다. 문 시장이 98년 선거자금 신고와 99년 공직자재산공개때 신고한 내용이 거짓일 수 있다는 보도가 파고 든 보도의 전부라면 전부일 것이다.
문 시장은 250만 시민에게 압도적 영향을 미치는 대구시정의 핵심. 대구의 국제화에 그토록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홍보해온 월드컵 대구대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월드컵대회는 이제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파헤치고 정리하는 작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이 대회의 성공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대회 도중에 시장이 소환되느니 어쩌느니 하면 그만큼 국제망신도 없을 테니 말이다. 얼버무리고 미룰 성질이 아닌 것은 문 시장 자신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비자금 실체는 인정한다는 보도에서도 드러난다.변죽 울리는 보도에 요즘 대구의 시청자들은 조금 갑갑하다.
미디어모니터회 여은경(eunkyung0519@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