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토크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창작과비평)은 가난을 대물림해 살고있는 인천의 괭이부리말 마을 사람들의 정서적 연대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준다.

가족의 붕괴와 가난, 상처받은 영혼들의 일탈 등은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연민으로 치유받는다.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영호란 청년은 '길잃은 양'들을 인도하는 목동처럼 동네 아이들을 건사한다.

명환이는 불쌍한 도둑고양이를 기르고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 비행을 저질렀던 동수는 영호의 무조건적 사랑과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에 착한 청소년이 된다. 가난이 싫어 괭이부리말을 떠났던 선생님은 초교 동창 영호를 보며 그토록 싫어했던 괭이부리말로 되돌아 온다.

자신의 운명을 불행으로 받아들였고 세상을 원망했던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남을 배려하게 된다.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괭이부리말 아이들'같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출판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왜 대중은 '어른용 동화'에 열광할까.

그만큼 우리의 일상적 삶은 숨막힐듯한 경쟁, 권력과 금력의 횡포, 빈부격차의 심화, 몰개성화한 사회, 가정의 붕괴 등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들은 우리에게 남은 건 사랑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고단하고 고통스럽지만 아직도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순수한 동심과 사랑 얘기에 몰입하다 보면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 판타지 영화와 문학, 패션에서 로맨티시즘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어른동화에는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그래서 동화이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달라지는 게 없다. 착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조금 자신을 자랑하거나 자신의 힘을 사용해도 될만큼 착한 사람은 자꾸 머리를 숙여살고 작은 힘이라도 가졌으면 수 십배 이상으로 이용하려는 속인들이 판을 치는 게 세상 아닌가.

동화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찾으려는 대중의 심리는 그만큼 우리가 '힘든시대'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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