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민 경선제가 휘청대고 있다. 당초 일반 국민을 대거 참여시켜 축제분위기속에서 대선 후보를 지명하겠다는 민주당의 의도와는 달리 전체 16개권역중 6개권역의 경선을 치르면서 7명의 후보중 4명이 이미 중도 사퇴, 경선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물론 경선 과정에서 대의원의 투표 결과에 따라 약세(弱勢) 후보가 자연스레 경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의 '국민 경선'은 이와는 달리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근태 후보가 정치자금과 관련 '고백'을 한후 경선후보에서 물러난 이래 나머지 후보들이 물러날 때마다 외압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또 국민대표로 뽑힌 선거인단의 절반이 경선 당일에는 투표에 기권하는 등 부실한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 이번 경선의 선두주자로 그동안 대세론(大勢論)을 주도해온 이인제 후보가 지금까지의 경선 누적득표 1위로 2위의 노무현 후보를 1천600여표나 리드를 하는 유리한 입장에서 사실상 '경선 포기'쪽으로 기울어지는 '기이한 모습'을 보인 것은 참으로 황당하다.
이인제 후보로서야 김중권 후보마저 사퇴한 이 마당에 노풍(盧風)이 영남 권역 대의원을 석권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 앉아서 들러리 노릇을 하느니 청와대 음모설을 내세워 중도 사퇴가 낫겠다는 것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만신창이가 된 느낌을 지울길 없다.
우리가 민주당의 국민 경선에 그나마 기대를 건 것은 선출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을 제대로 반영함으로써 이 시대가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만들어내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음모설과 지역주의가 판을 치고 정계개편의 책략(策略)이 끝간데 없이 확산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의 국민 경선이라면 사실상 실패한 '정치 실험'이란 생각도 갖게 된다. 모처럼 국민 경선이 지금같은 3자 대결의 구도에서나마 남은 불씨를 살려 선거 축제로 되살아났으면 하는 아쉬움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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