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흐름이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양태다. 노사관계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사관계는 민간부문이 중심이었지만 올해는 공공부문으로 급속하게 옮겨 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발전노조와 철도노조 등이 노사분규의 전면에 나섰었거나 진행중에 있고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징계 등 법적절차 진행을 외면하고 출범함에 따라 이런 현상은 확연해졌다.
--급물살 타는 공공노조 투쟁
둘째 공공노조의 투쟁 수위나 방향이 과거 노동운동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파업 한달을 넘고 있는 발전산업노조의 투쟁 수준은 대규모 민간기업을 능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법외(法外)노조로 출범한 공무원노조 움직임도 정부와의 갈등이나 마찰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이 공공노조의 운동방향이 '대정부 투쟁'에 맞춰져 있어 주목의 대상이다. 단순한 노사관계가 아니라 노정(勞政)관계로 협상의 틀을 바꾸었다. 따라서 협상대상자로 정부를 꼽는다. 정부가 이제는 공공부문의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거나 또다른 방안 모색 등 교섭에 따르는 대책마련의 짐도 떠안게 된 셈이다.
발전산업 사태(事態)를 보면 정부의 대책은 없었다고 해야 옳다. 안이한 판단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민영화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도 민영화 필요성 등 종사원들에 대한 설득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사회 전체의 공감대 형성은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는 질책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무엇을 했는가. 발전노조가 설립되고 집행부를 구성한 후 노사협상을 요구했으나 7개월 동안 손을 놓았다니 말이 안된다.
노조 쟁의행위의 근본 목표인 민영화 철회가 단체협약 대상이 아니라는 법논리에만 매달려 있다가 사태확산을 불러들인 꼴이다. 노동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노동자대표와 모색하고 함께 고민했어야 했다. 이러고도 파업이 풀리지 않는 이유를 '노동자들의 과격성'에만 돌리고 있다.
발전산업의 민영화 필요성에 어느 정도 수긍은 한다. 그러나 시장원리라는 정부의 발표가 어느 정도 진실인지 의문을 가진다. 분리된 지 일년이 안되었기 때문에 발전산업이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적자를 내는 건지 지금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이들을 분리해 독립시킨 한국전력은 적자회사가 아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흑자를 낸 공기업이 아닌가. 따라서 왜 이 정부가 그렇게 민영화를 서두르는지 이해가 안된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근로자들의 고용불안도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충분한 노력도 없이 일방통행의 이런 모습을 국민들이 과연 수긍할 것인지 다시 챙겨봐야 한다. 대통령 임기 안에 모든 것을 결정지우고 마쳐야겠다는 서두름이 아니기를 바란다.
--대책없는 정부 수수방관만
발전노조파업이 끝간데를 모른다. 노조는 민영화 폐지 관철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사용차측은 단체협상대상에 민영화는 들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발전노조를 지원하고 있는 민주노총도 오는 4월 2일 연대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노사(勞使)간에 대화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실전(實戰)을 벌이는 국가간에도 대화의 길은 터놓는 판에 이런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협상타결은 수많은 대화의 산물이 아닌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노사가 대화자리에 앉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의 한쪽 책임은 양 노총의 몫이다. 정부가 민노총의 대화제의를 거부했다니 국민들이 이해 못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또다른 대목은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발전산업사태가 계속 대립상태로 치달아도 국회의원들이 어떤 제안을 했는지 기억에 없다. 민생과 관련한 일에 이렇게 철저하게 외면하는 정치인들이 어느 나라에 존재(存在)하는지, 참으로 딱하다. 여당은 대선 후보경선에 정신이 없고 야당은 총재 빌라게이트에 이은 내분수습으로 '내 코가 석자'라는 듯 발전산업사태에 관련한 정치수사(修辭)식의 한마디조차 없다.
그렇다. 그들에게는 자기당(黨)의 '영역확대'가 코 앞의 목표물(目標物)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올리는데는 여야가 합의해 단숨에 처리하는 기동성을 우리가 가끔 기억에 되살리는 것도 이런데 있다. 정치권도 정신차려야 한다. 뒷짐만 지나.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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