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시래동 355의10번지 경상북도 아동학대예방센터.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지만 이 센터는 학대받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자 피난처다.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학대받는 아동들을 보호, 치료하고 가족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관리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동성장을 돕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인 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학대와 방임의 환경에 노출돼 있다. 학대로 인한 흔적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임에도 오늘도 아동학대는 그치지 않고 있다.
불국사역에서 울산방면으로 100m남짓 가다 왼쪽에 자리잡은 경북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 박영식)에는 학대받는 아이들의 갖가지 사연들이 접수된다. 2000년 11월 개소이후 이틀에 한번꼴로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1391'(아동학대신고 및 상담전화) 전화벨을 울린다.
경상북도에만도 학대받는 아동으로 추정되는 수는 2만여 명. 전국적으로는 36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어려움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기관은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를 비롯 전국 17개소.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이곳 경주의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유일하다.
이 센터에는 신고를 접수하고 처리, 상담하는 상담원 5명이 늘 대기중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1급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전문요원들이다. 학대아동 본인이나 이웃, 의료인, 교사, 시설종사자, 경찰, 관련 공무원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상담원 2인1조로 현장확인에 나선다.
문경, 봉화 등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출동, 사례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문인력 부족도 애로사항이다.
예방센터가 개입한 사례의 경우 학대자는 부모나 가족이 대부분. 경찰 협조를 얻어 현장을 확인한 후 상황에 따라 아동을 일시 보호격리하거나 지속적인 상담 및 관리(팔로업)를 통해 아동이 정상적인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사안에 따라 가정상담, 치료, 장기보호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사건의 종결은 의료인, 변호사 등 사계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사례판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
개소 때부터 이 센터에서 일해온 상담원 임지인(26)씨는 상담과정에서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김△△군의 사례. 수감생활하는 아버지, 알코올중독자인 계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지속적인 신체적 학대를 받아온 김군은 결국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의 신고로 예방센터에서 보호조치,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게 된 김군은 면회온 부모를 거부하고 심지어 부모와 비슷한 연령대의 어른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등 심각한 후유증상을 보였다. 예방센터에서 미술치료 등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황이지만 그 아이가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의 유형으로 신체적 학대와 방임, 성적 학대, 정서적 학대로 분류하고 있다고 소개한 임씨는 "현장확인시 이따끔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시민들의 인식부족으로 아동학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아이를 죽일 수도 있다고 강조한 그는 "학대받는 아동은 자신에 대해 스스로 무가치하게 느끼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를 방지하는데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동학대 24시간 신고 및 상담전화=054)1391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학대경험 아동 사례유형
△신체적 학대
1. 회초리로 손바닥, 종아리 맞음(92.6%)
2. 빗자루, 굵은 몽둥이로 맞음(80.8%)
3. 꼬집히거나 할큄(43.5%)
4. 칼, 흉기로 위협당함(27.5%)
5. 팔, 다리 묶임(27.5%)
△정서적 학대
1. '꼴도 보기 싫다''병신''이 원수야'등 욕설(52.9%)
2. 집에서 쫓겨남(51.4%)
3. 좋아하는 물건 망가뜨림(36.9%)
△방임
1. 어두워질때 까지 혼자 집을 본다(62.3%)
2. 학교준비물 챙겨주지 않음(61.8%)
3. 몸이 아프다고해도 방치(51.5%)
4. 더러운 옷, 추운 방에 방치(50.1%)
△성적 학대
1. 어른이 몸을 만지려고 함(61.8%)
2. 어른들이 이상한 비디오나 책을 보여줌(50.1%)
3. 어른들이 옷벗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목격(14.5%)
4. 옷을 억지로 벗기고 몸을 보려고 함(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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