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해프닝

우리 대학 신입생 누구나 거치는 1박 2일의 심성수련회 가는 날, 한 학생이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려 수련원 위치를 물으며 다른 차로 가겠다고 요청했다. 이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다투어 며칠간 강의에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학생은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여 늦게 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련회 전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아침에 깨워 보내 달라고 부탁하였다.

다행히도 출발 직전에 그 학생이 와서 반갑고, 기뻤는데 난데없이 따로 온다니! 그냥 가버리려고 하나? 하는 염려가 되었지만 승낙을 하였다. 그는 약속대로 제 시간에 도착하여 프로그램에 잘 참석하였다.첫날 일정이 끝난 늦은 밤, 그 학생이 찾아왔다. "아까 왜 제가 버스에서 내려 콜택시를 타고 왔는지 아십니까?….

제가 도착할 때 쯤 입구에 친구들이 많이 서 있기를 바랐어요. 제가 택시에서 내릴 때, '우와, 저 녀석 봐라! 상당한걸 ~~!' 하는 그런 시선을 받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없고, 수녀님 한 분 만 계시더라구요. 나를 과시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친구들한테 환영받으리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건 아니었어요…. 여기 와서 마음을 열고, 친구들을 만나니까 다들 날 좋아하고, 나랑 친해지고 싶어했던 친구들이 많아서 기분이 최고입니다…" 하고 환히 웃으며 아침의 해프닝을 고백하였다.

"아하~ 알았다!" 그 학생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되면서 웃음이 났다. 친구들과 다툰 후의 어색함, 혼자 떨어진 듯한 외로움, 환영받고 시선을 끌고픈 맘, 우리 모두에게 스며있는 약한 ,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욕구…. 이 모두를 끌어안는 것은 서로를 받아들여 하나가 된다는 것!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공동체의 일원이 될 때 우리는 안정감을 얻게 된다. 함께 있어주고 환영받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너를 좋아한다.

친해지고 싶다! 잘 한다" 는 표현을 해 보자.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원초적인 기대감을 서로 충족시켜 주면서 함께 하는 연대감으로 씩씩하게 상승해가자.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상승해 가자!

수녀·가톨릭 상지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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