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 민간인 보호대책 일환

한국전쟁, 걸프전, 소말리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이 개입한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양민학살'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미군이 치명적이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무기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군이 새로운 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지난 1992~93년 소말리아 내전 이후. 시내 중심가에 투입된 미군은 민간인과 적군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러 단 한 번의 충돌에 미군 18명을 포함, 수백명의 소말리아인이 사망하는 비극을 경험했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는 민간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미래형 신개념 무기는 불쾌하거나 고통을 느낄 때 신체가 움츠러드는 감각의 반사작용을 활용하고 있다. 이 연구에 연간 2천500만달러(약 325억원)를 배정한 미해병대는 필라델피아의 몬넬 케미컬 센서 센터에 '지구상에서 가장 지독한 냄새' 개발을 의뢰, 인간 배설물을 이용한 결과물을 넘겨받았다. 물론 이것은 극비로 분류된 수많은 비치명적 무기 항목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곧 실전에 배치될 신무기도 이색적이긴 마찬가지다. 해외의 대사관 경비를 맡은 미해병대는 시위대를 제압하는 데 사용할 '미끄러지는 액체'를 개발해 내년부터 본격 배치할 계획이다. 이 액체를 뿌리면 아스팔트, 콘크리트, 잔디, 나무 등이 얼음판처럼 미끄러워져 시위를 벌일 수 없게 된다.

펜타곤(국방성)은 지난 10년간 4천만달러(약 520억원)를 투입, 사람에게 장기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먼거리에서 충격을 줄 수 있는 '전자기파' 무기를 개발했다. 2009년 실전배치될 이 무기는 전자기파가 피부 깊숙이 뚫고 들어가 고통을 극대화 시킨다.

비행기 납치범에게 사용될 만한 무기도 있다. 휴대용 '소닉 소총'은 제트기가 이륙할 때 내는 소리 보다 큰 140데시벨의 엄청난 소음을 낸다. 이쯤되면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게 되며, 두통 때문에 꼼짝달싹할 수 없다. 납치범을 체포하기 위해 비행기 동체를 뚫고 침투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불필요해진다.

9.11 테러후 미 펜타곤은 또 아메리칸 테크놀로지와 '하이퍼소닉 사운드' 스피커 연구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심리전에 사용될 이 스피커는 복화술사가 그의 목소리를 전달하듯이 소리를 전달, 적군의 마음을 동요시킬 수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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