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동 성추행 실태와 예방

다섯살과 일곱살된 두 딸을 둔 박영주(37.가명)씨는 신문이며 TV보기가 겁난다. 열살도 채 안된 어린이들을 노리는 성추행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발생장소를 보면 학원도 있고 어린이집까지 등장한다. 위험을 막기 위해 두 딸아이의 뒤를 24시간 따라다닐 수도 없는 일. 박씨는 '설마 우리 애는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등을 기대고 산다.

실제로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어린이들에 대한 '성학대'가 적지 않은 비율로 일어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저항능력이 전혀 없는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태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053-941-1391)는 지난해 말 7세된 딸을 둔 부모로부터 성추행 신고를 받았다. 이웃 아저씨로부터 딸아이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아이의 부모에 따르면 40대의 이웃집 남자가 부모가 없는 사이 아이를 데려가 성추행을 했고 부모는 딸아이를목욕시키는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는 것.

아동학대예방센터는 즉시 조사에 착수, 아이를 상담한 결과 성추행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했고 아이의 부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 가해자는 결국 구속됐다. 비슷한 시기 아동학대예방센터는 또 한건의 신고를 받았다. 다섯살짜리 여자어린이가 평소 안면이 있던 30대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예방센터는 사실 조사를 통해 피해아동이 '성적인 행동'을 하는 등 성추행 이후 아동에게 수반되는 증세를 보임에 따라 사법당국에 처벌을 의뢰해 둔 상태다.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의 지난해 통계자료를 보면 신체적 학대.정서적학대 등 단순 학대사건으로 분류된 24건 가운데 성학대가 6건으로 전체의 30% 가까이 차지했다는 것이다.게다가 피해 아동 연령은 대부분 10세 미만으로 저항력이 없는 아이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

▨피해여파

각종 아동학대유형 가운데 어린이들에 대한 성추행은 가장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성추행을 당한 아이들 상당수는 성추행 직후부터 각종 증상이 나타나며 자칫 방치하면 정서적 결함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다.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가 성추행 피해를 입어 상담한 어린이들의 증상을 종합한 결과, 대다수 어린이가 집에있는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인형의 다리를 든 뒤, 예리한 물건으로 특정 부위를 찌르거나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건드리는 일이 잦았다.

또 평소 용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야뇨증을 보이거나 공격적이고 폭력적 경향을 나타내는 점도 피해 아동의 특성이다.그러나 아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는 역시 정서적 충격이다. 경찰조사까지 받아야하는 경우, 아이들은 심한 공포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매스컴의 발달로 인해 어른들이 자신에게 특정 질문을 반복해 물으면 조사이유를 깨닫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상담 및 조사가 이뤄지면 아이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자꾸 되살리는 결과를 빚어 결국엔 '평생의 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 정오택 소장은 "아이가 뭘 알겠느냐는 식의 생각을 가진 잘못된 어른들이 적지 않다"며 "성추행 피해를 입은 아이가 있으면 바로 아동학대에방센터에 신고,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하며 센터는 치료 프로그램은물론 사법적 절차까지 밟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과 치료

모든 아이들을 성추행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성추행 가해 사례를 살펴볼 때 외관상 명확한 '징후'를 발견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하지만 자녀들에 대한 조기교육이 이같은 '위험'을 일정 부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 아동복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0세 미만의 아이들도 조기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4세부터 성교육이 가능하며 성교육을 통해 '싫은 느낌과 좋은 느낌'을 가르쳐주는 것이 성추행 피해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 이정아 팀장은 "부모가 쓰다듬어 주는 것은 좋은 느낌, 다른 사람이 특정 신체부위를 건드리는 것은 싫은 느낌이라는 식으로 자녀들이 느끼도록 만들어야한다"며 "이런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성추행이 일어날 경우, 싫다는반응을 나타낼 수 있어 반항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성추행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미술.심리치료 등 치료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문 강사와 예산부족으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예방센터는 전문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바라고 있으며 재정적 지원을 할 뜻있는 사람들의 협조도 구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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