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학교폭력 추방

학교폭력이 위험의 수위를 넘어 우리 사회의 체제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떠오르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속수무책이다.

지난 1월과 2월에는 우리 지역에서도 '집단 괴롭힘'이라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잇달아 자살한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경산시내 M고교에서 집단구타사건이 발생, 이모군이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했다. 심지어 학교폭력을 피해 해외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초.중.고생들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실정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23일 올들어 단속한 학교폭력은 160건으로, 이 중 40명을 구속하고 440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3명중 2명은 왕따 피해.가해 경험이 있으며, 중고생 10명 중 1명 꼴인 약 11.8%가 학교폭력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왕따는 이 땅의 토착문화가 아니라 일본의 '이지매'가 그 원조로서 일본에서 수입된 일본문화의 찌꺼기이다. 조직적이며 폭력적인 일본의 집단괴롭힘 문화에서 싹튼 이지매는 이 땅에 상륙하자마자 주입식 교육에 찌들어 방황하고 반항하는 청소년문화에 급속히 침투해 자학적인 폭력문화로 정착되었다.

한국의 문화는 원래 두레정신이라 하여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넉넉한 인정의 문화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황금만능과 기회주의에 물들면서 사회적 정의를 헌신짝처럼 내다버리는 삶을 살게 되었다. 기성세대의 이러한 자기모순적인 사회적 폭력이 청소년들에게 이어져 왕따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일본에서 수입된 담배가 성인들을 서서히 '죽음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는 저승사자라면, 왕따는 청소년들을 서서히 절망의 나락으로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이다.

경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나 학부모가 경찰의 개입을 꺼려해 학교폭력 단속에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며 "학교와 학부모, 경찰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학교폭력은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육당국, 교사는 모름지기 학교폭력추방에 세심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신완식(교육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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