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한나라 경선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이부영, 이상희 의원의 잇단 출마 선언으로 막이 올랐다. 당초 이회창 총재의 일방적인 단독 질주가 예상돼 흥행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던 한나라당 대선 경선은 잇단 중진들의 출마로 다소 흥미를 끌 전망이다.

2일 총재직을 내놓은 이 총재도 오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며, 최병렬 의원이 사실상 출마를 확정한데 이어 비주류의 김덕룡, 김홍신 의원도 경선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최 의원측 한 관계자는 2일 "최 의원이 출마를 최종 결심하는 대로 5일께 공식 선언식을 가질 것"이라며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기반이 있는 최 의원의 가세로 한나라당 경선도 국민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부산·경남지역에 연고가 있고 당내 보수파를 대표하는 최 의원이 이같은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이 총재의 단독질주 경선구도에 변화의 기류가 돌고 있다.

또 이부영 의원을 비롯 비주류들도 이번 경선을 '보수 대 개혁' 구도로 몰고 감으로써 이 총재의 대세론과 최 의원에 맞설 것으로 알려져 당내 보·혁논쟁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 총재의 비민주적 당운영과 측근 정치 등을 집중 공격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 총재를 위협하기보다는 보수성향의 최 의원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출마키로 했다"며 이 총재를 겨냥,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비주류와 개혁·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이들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 이 의원은 경선캠프를 여의도 당사 인근에 마련했으며 안영근 의원을 대변인으로 내정했다.

부산시장 출마움직임을 보여왔던 이상희 의원도 전날 부산시지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후보 경선에 가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뒤 "지지율에 관계없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선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룡 의원의 경우 대선후보 선출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요구하면서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측근들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김홍신 의원 역시 3일 국회에서 갖게 될 개인후원회에서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경선일정이 연기되지 않는 한 불출마 관측이 일단 우세하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