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노동운동도 이젠 제3의길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아직도 과거 독재정권시대의 투쟁일변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변하고 노조의 위상(位相)이 달라져도 노동운동의 방향은 그대로 고착되어 있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전체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발전회사 사태로 해서 이어지는 파업, 연대파업, 동조파업과 노사간의 강경대응을 보는 국민들은 올지도 모르는 전력대란(電力大亂)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정치권도 내던지 듯 덜렁 중재안만 내놓고 적극적인 후속조치 등을 외면하고 있어 입만 열면 토해 놓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는 말은 생색내기이자 궁핍한 처지 모면용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발전노사관계가 극한 대립 상태에 빠져 경제를 발목 잡는 등 폐해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21세기, 이 시대에 맞는 노동운동이 아쉽다. 최근 다시 뽑힌 배일도 서울 지하철노조위원장이 "물리적 힘을 통한 노사문제 해결 방식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번 파업에 동참해 달라는 민노총측의 간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 지금까지 투쟁일변도였던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한 반성이자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방향제시이다. 세상이 변하듯 노동운동도 우격다짐식으로는 곤란하다. 불법파업-주동자 구속-석방 등으로 이어지는 소위 '노동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는 벗어 던질때가 됐다고 본다. 법질서를 계속 위반할 경우 사회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알일이다.

배 위원장이 언급한 '국적있는 노동운동'에 주목한다. 계급 투쟁을 전제로 한 노동운동은 이미 한물간 운동이다. 이 논리에 매달려 있다면 우리사회에 별도움이 안된다. 국민들이 수긍하고 설득력 있는 '사회운동'으로 승화시켰으면 한다. 타협이 굴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도 국가운영의 큰 틀에서 여러문제를 봐야 한다'는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의 말은 적절한 지적이다.

사실 우리나라 노사(勞使)관계는 아직까지 신사적인 불문율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서로를 적(敵)으로 생각지 말고 경영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투쟁보다는 타협에 중심을 두는 노동운동이 돼야한다.

협상 과정에서 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고 평소 대화도 마지 못해 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임단협 협상철이 코앞에 닥치면 노사가 협상테이블에 앉아서야 순조로운 타결은 바랄 수 없게 돼 있다. 노동현장에서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입는다. 시대에 맞는 노사관계 확립을 거듭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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