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 깨끗하고 푸르게

얼마전 팔공산에 등산을 갔었다. 그런데 지난번 대입시즌에 합격을 기원하는 치성을 드린 잔해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계곡 곳곳에는 과일과 어포가 널브러져 있고 돼지머리 같은 제사음식이 계곡물에서 불어 썩고 있었다. 기도를 한뒤 그대로 버리고 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사 뒤에 버린 콩나물이며 시금치가 물속에서 뒤섞여 비빔밥처럼 돼 있기도 했다.

이 계곡물은 겨우내 맑게 흐르던 곳이다. 시냇물은 쓰레기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고 바위도 온통 촛농을 뒤집어 써서 시커멓게 그을려 추한 모습으로 변했다. 백일기도를 했던 사람들은 날씨가 추우니까 아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불까지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건조한 계절에 대형화재를 일으키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자기만 잘되자고 치성만 드리면 그뿐이라는 뒤떨어진 시민의식, 이런 지나친 이기적인 미신행위 때문에 전국의 모든 명산이 망가지고 있어 안타깝다.

정현창(대구시 감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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