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름만 바뀌었지···종정 인터뷰

"개명불개체(改名不改體)라. 이름은 바뀌었지만 본바탕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근본자리에서 본다면 이름이 하나 더 붙었다고 해서 이 산승이 뭐 달라질게 있겠습니까? 또 무엇이 변한게 있겠습니까?"

2일 합천 해인사 퇴설당(堆雪堂) 뜰에서 조계종 제11대종정에 취임한 법전(法傳.77) 스님은 "종정이 돼도 산골 중일 뿐 아무 것도 달라지거나 아는 것 없다"면서도 종단운영에 대한 구상과 청동대불 건립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종정은 "조계종은 수행종단인 만큼 분명한 계행을 세워 수행이 뒤따라야 부처"라면서 "다만 혼자 부처가 되지말고 중생을 교화하는데 있다"고 했다.

현재 종단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화합을 든 종정은 "화합이 시작이요, 교육을 통해 기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고 멸빈자 문제도 "화합과 적법 절차를 밟아..."라 여운을남겼다.

해인사 청동대불 조성은 "학자.전문위원들의 견해에 따라...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청동대불과 관련 젊은 스님들의 실상사 난동 같은 것도 "어른인 나한테 모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정치에 대해 묻자 종정은 또 "아는 것이 없으나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가 옳다"고 짧게 말했다. 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라며 당나라 은자인 한산(寒山)의 시를 소개했다. '한산자 장여시(寒山子 長如是) 독자거 불생사(獨自去 不生死)'(한산자는 항상 변함이 없어서 홀로 스스로 가고 생사가 없다).

또 옛 당나라의 깨농사 짖고 살던 투자(投子)선사얘기도 꺼냈다. 하루는 한 수좌가 찾아오자 선사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었다. 수좌는 "칼산에서 왔습니다"라고 했더니 "칼 가지고 왔느냐?"고 다시 묻자 수좌는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켰다는 것.

스님은 "기자 양반들! 무슨 뜻이야?"라고 물었다. 묵묵부답하자 "아무도 얘기 못하시네? 한번 얘기 해봐. 업!"하고는 자리를 일어섰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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