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전쯤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그콘서트'공연이 열렸다. '나도 서울에 살았더라면…'하고 입맛을 다셔왔던 관객들은 기꺼이 3만원짜리 표를 구입했다.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공연장을 찾은 3천여명 가까운 관객들은 적어도 막이 올라가기 전까지 환호했다.
그러나 이날 공연은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평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상당수 관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단위 관객일수록 그랬다. 초등학생 애들을 데리고 온 한 관객은 "3만원이나 내고 왔는데 뒷자리에선 잘 보이지도 않더라. 이럴거면 TV로 보는게 나을 뻔 했다. 또 성인코미디가 많아 아이들 보기가 몹시 민망했다"고 불쾌해했다. 당연히 기획사 홈페이지에는 불만의 글들이 넘치게 올라왔다.
기자를 찾은 기획사 관계자는 "2천800~3천여명의 관객을 모아야 공연수익이 떨어지는데 그나마 대규모 대중공연이 가능한 경북대 대강당이 수리중이었다"고 했다. 애초 공연장 선정이 부적합했음을 인정한 셈. 돌려말하면 빈약한 지방의 '공연현실'을 토로한 셈이다.
사실 공연현실때문이라면 정말 할 말이 없다. 누구도 책임져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회관, 시민회관은 대중공연 대관이 안될 뿐 아니라, 공제액이 너무 많다' '무리해서라도 수익을 못 맞추면 기획사 못한다' '입장권을 늦게 예매하면 당연히 뒷자리다'는 기획사 얘기는 상식이 모자란 관객들 탓이라 치자.
하지만 "공연을 많이 보러다닌 관객이라면 별 불만 안한다"거나 "볼 사람은 다음에라도 또 보러온다"는 발상은 정말 착각이다. 공연현실의 악화는 공연장의 부족이 아니라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것'이란 관객의 외면에서 비롯된다.
성인코미디란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는 기획사측의 자성은 때가 늦었다. 3만원짜리 표는 싼 게 아니다. 더욱이 가족을 끌고 온 가장이라면 10만원 가까운 표값을 위해 호주머니 '고민'도 많이 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공연현실 운운하는 설득은 먹혀들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즐기려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공연현실을 눈감아 줄 정도로 관대하지 못한 법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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