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첫 지체장애인 축구단 떴다

3일 낮 대구시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 축구장. 산뜻한 초록빛깔 잔디위에 뜀박질은 어설프기만 했다.

다리가 불편하고 팔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평생 집안에서나 축구공과 어울렸던 사람들. 그러나 이날만큼은 기죽지 않고 푸른 잔디위를 마음껏 뛰었다.

대구시 지체장애인협회 축구단. 28명의 장애인들은 공을 차면서 장애도 함께 날려버리자며 축구에 도전장을 냈다. 국내 첫 장애인 축구단이다.

탄생하기까지 사연도 많았다. 월드컵 알림이로 활약해달라는 '대구시 월드컵홍보단'의 권유로 장애인협회 일부 관계자들이 축구단을 결성키로 했으나 처음에는 장애인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불편한 다리때문에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앞에서 뛰는 것을 싫어해요. 부끄럽다고 아무도 나서질 않더군요. '우리 모습이 어떠냐'며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몇 번이고 설득, 지난달 말에야 제대로된 결성식이 이뤄졌습니다".

축구단 결성을 주도한 전학중(53)코치는 정상인 못지않은 실력의 축구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급 장애인인 최종국(41)씨. 의족인 한쪽 다리에 한쪽 팔까지 없지만 운동장에선 '차범근'으로 불린다.

"축구는 90분간 계속해서 뛰어야하는 과격한 운동인데 제가 어떻게 어려운 점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저희를 보면서 저희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삶에 희망을 갖길 바랍니다. '장애인도 축구하는 나라'라며 월드컵 홍보도 해야죠". 최씨는 신이 난다고 했다.

연령도 제각각. 20대 청년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모였지만 팀웍은 최고다. 올해 만 65세인 김일수(3급)씨는 불편한 다리에다 노령이지만 "내가 앞장서야 젊은 장애인들이 따라온다"며 가장 먼저 축구단 가입을 독려하고 나섰다.

단원들 사이엔 오는 6일로 예정된 대구시 월드컵홍보단과의 첫 정식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임이 가득하다.

"한국축구는 16강, 저희는 '재활'이란 골대를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는 장애인들의 손끝엔 힘이 넘쳤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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