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호가 '古月'인 이장희는 1900년 대구에서 태어나 29세 때 자살함으로써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시는 그의 대표작이다. 1920년대 초반의 작품치고는 뛰어나게 감각적이다.

특히 둘째 연의 고양이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른다는 표현은 퇴폐적이면서도 그의 자살을 예감케하는 구절이다. 전체적으로 봄의 생명력을고양이와 대비하여 감각적으로 그렸는데 바로 그 점이 이 시의 현대성이다. 시비가 대구 두류동산에 있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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