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멋과 격이 있는 대구를 꿈꾸며…

얼마 전 경복궁의 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시대 풍속화 전시회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김홍도, 신윤복 등 잘 알려져 있는 유명 화가의 그림뿐만 아니라 무명의, 혹은 작자미상의 풍속도도 있었다.

그림의 내용은 연회를 포함한 궁중행사, 서울 관가주변의 풍속도, 평양부사의 대동강변 연회풍경, 양반들의 서당풍경 뿐만 아니라 서민의 농사와 관련된 풍경 등도 있었다. 나는 그림을 통하여 당시의 생활과 풍속을 그려보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상류사회는 상류사회대로, 양반은 양반대로, 서민은 서민대로의 삶에 어울리는 멋과 격(格)이 있음을 느꼈다.

관가와 양반은 반듯한 품위를, 서민은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격을 유지하고 있지 않았나 느껴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서울이나 지방, 고관이나 서민 할 것 없이 일상환경이나 생활에서 멋과 격을 찾아보기 어렵고 경제논리에 소중한 가치들이 멀찍이 밀려나 있다고 느껴진다.

약간은 동떨어진 얘기지만 근래 몇 십년 동안 가장 안타깝게 바라보아 온 일 중의 하나가 중고등학교를 외곽으로 옮기면서 그 자리에 도시 전체의 미적 감각에서 보면 흉물인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것이다. 굴지의 회사로 성장한 지역 건설회사들은 도시의 미관이나 공익은 뒷전인 듯하다.

학교를 밀어내거나 여유가 있어 보이는 주택가 주변 녹지에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건물이 높이 올라갈 때마다 나는 '저 회사 안 망하는가 봐라'라든가 남산의 외인아파트처럼 다이너마이트에 의해 폭파되어 주변과 조화로운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혼자서 생각해보곤 했다.

최근에도 수성구의 멀쩡한 명문 중고등학교가 건설업자에 넘겨지고 그 업자는 시민을 상대로 최고급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했다. 거기 다니던 학생들은 먼 거리를 통학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전쟁이다.

사립학교도 공익을 추구하는 교육기관이기에 학교나 교육위원회의 감시단에 공개토의와 합의를 거쳐 이전을 추진하고 그 부지의 용도도 제한하는 제도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해본다.

시내 중심지의 공립학교자리에 초고층 아파트건립에 대한 시민의 반대의견을 매일신문에서 접했을 때 같은 생각을 가진 시민 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강구정(계명대 의대 외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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