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고 신입생 기초학력 저하

중.고교 신입생의 기초 학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이후 한 번 결손된 기초가 고교 때까지 보완되지 않은 채 끝나버리는 교육제도의 허점뿐만 아니라 교육에 있어서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입 수능시험의 영어, 수학 문제를 다 푸는 중학생이 있는가 하면 두자릿수 덧셈, 뺄셈도 못하는 중학생이 1천여명이나 되고, 한 단계 높은 분수 계산에 들어가면 10% 정도가 원리조차 모르고 있다. 고교 신입생 가운데 11.3%가 분수 계산을 못한다는 사실은 초등학교에서의 학습 결손이 중학교에서 전혀 보충되지 않는다는 뜻.

교사들은 조기 교육과 사교육 열풍으로 인한 선행 학습의 차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들고 있다. 저학년 때는 차이가 적지만 상위권 학생들이 학원 수강, 과외 등에 더 열중하는 반면 하위권 학생들은 학교 차원의 도움조차 받기 힘들게 되면서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진다.

한 초등교사는 "5, 6세때부터 영어, 수학을 배운 아이와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접한 아이 사이에 차이가 안 날 수 있느냐"면서 "고학년이 되면 학생들 사이의 편차가 너무 커 기본적인 부분은 거의 다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가서는 더욱 심해진다. 2, 3학년에서 수학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는 학생이 적잖게 나오는 것도 초등학교 이후 누적된 학습 결손을 메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의 경우 중학교 신입생의 기초문항 오답률이 고교 신입생보다 낮은 것은 조기 교육의 차이에다 중학교에서의 결손도 크기 때문. 학원장 홍모(55)씨는 "고입 선발고사 폐지, 대입 수능시험의 영어 난이도 하락 등으로 인해 중학생들의 영어 공부 외면이 심각한 지경"이라고 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고교 신입생의 심각한 기초 학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평준화 폐지나 고입 선발고사 부활 등을 주장하고 있다. 평준화를 지지하는 측에서도 현재 중.고생들의 공부 분위기가 크게 나빠진데 대해 우려하면서 공교육의 경쟁력을 살리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고교 교사는 "공부에 자신이 없으면 특기.적성을 살리는데라도 힘써야 하는데 이도저도 않고 노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으로 학력이 너무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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