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수의 삼다(三多)에 대하여 좀 비판해 보자. 흔히 작문 교육의 필수 요건으로 송나라의 문장가 구양수의 '삼다'가 금과옥조처럼 신봉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의 세 가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봐야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작문 교육을 하면서 나는 이 말대로 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내가 아는 어떤 교감선생님은 언제나 책상 위에 책을 10권 이상 쌓아 놓고 계셨다. 참 독서를 많이도 하시는 분이었다. 철학서적에서부터 일상의 수필집까지 독서영역도 대단히 넓다. 언제나 과묵하셔서 생각도 많이 하신다. 그런데 죄송한 말이지만 나는 그분의 잡문 한 줄도 읽은 적이 없다.
그 분이 직접 쓴 글이 어디에 발표되었다는 소식도 듣지 못 했다. 아니 한문으로 부의(賻儀)라고 쓰시는 것은 본 적이 있기는 하다.,또 내가 아는 현역 문인 중에 끊임없이 시를 발표하고 신문에 글도 꽤 발표하신 분이 계신다.
그런데 나는 이 분이 서점에 들르는 것이나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언제나 다른 분과 즐겁게 떠들거나 담소하시는 모습만 내 뇌리에 새겨져 있다. 그런데도 그 분의 상상력과 문장력과 대단하시다.
이렇게 볼 때 책 읽는 사람은 책만 읽고 글쓰는 사람은 글만 쓰고 궁리하는 사람은 궁리만 많다. 이 세 가지 일이 뭔가 끈이 없이는 연결되지 않는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작문은 국어의 표현영역이면서도 실기라고 봐야 옳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서평을 쓰거나 독후감을 적지 않는다면, 글쓰기는 신장되지 않는다.
또 그렇게 쓴 것을 누군가가 읽고 그 감상이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해 주지 않으면 그 식견은성숙하지 않는다. 글은 혼자만 감추어 놓고 쓰거나 읽어 줄 사람이 없는데도 쓰기만 하면 늘지 않는다.
학생이 쓴 작문을 읽어 줄 시간이 없다면 작문 숙제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야 낫지 않는가 하고 물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수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자꾸 쓰는 일만 숙련되면 혼자 자란 아이처럼 자기 주장이 강한, 엉터리 글쓰는 방법만 굳어지게 된다.
경북고 교사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