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춤 공연은 양적으로 늘어났는데 반해 춤평론 분야는 여전히 '무풍지대'입니다. 검증이나 반성, 비판 없이 수 십년을 지나쳐 온 것이죠".
공학박사이면서 교수(부산 경성대)출신인 정순영(74)옹은 요즘 춤평론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춤평론집 발간 준비를 하느라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세월을 잊은듯 하다.
대구에서 처음으로 춤평론 분야에서 문예진흥기금 400만원을 지원받은 정씨는 지난 3년간 지켜본 대구 무용의 현주소를 평가하고 공연 사진을 수집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한국춤평론가회 회원이면서 정막이란 이름으로 50~60년대 한국의 춤평론가로, 무용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정옹은 현대무용가 김기전씨의 남편이다.
그래선지 자신의 학문적 전공 못지 않게 무용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대구에는 춤평론가나 춤평론 문화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
"대구에는 시립무용단이 있고 대학 무용과 사설 학원의 무용도 활성화됐는데 춤 현장에는 정작 필요한 평론이 없습니다. '좋은 게 좋다'는 생각이 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죠".
춤 공연을 기록하고 격려하며, 또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평론문화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그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평론집은 오는 6월쯤 출간될 예정. 단행본이며 때늦은 공연평론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라는 점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평론집의 제목은 미정. 책의 대강은 잡혀있다.먼저 1999년부터 대구를 중심으로 공연됐던 무용의 평론을 싣는다. 대구시립무용단과 계명발레아카데미 등에 대한 평가, 대구무용제, 그리고 무용가 김현옥, 백년욱, 백현순, 장유경씨 등의 공연을 보고 각종 춤평론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정리해 수록한다.
또 대구 출신의 작고한 무용계 원로 정소산, 김상규씨의 작품세계와 삶을 주제로 한 글을 쓰고 대구에서 활동중인 장유경, 박현옥, 김기전씨에 대한 작가론을 싣는다.책의 말미에는 무용전공 교수, 무용학원 등 무용가들의 인명록을 첨가할 계획이라는 것.자신이 펴낼 책에 대해 소개를 마친 정옹은 기자가 기사를 어떻게 쓸지 걱정을 떨칠수 없다는 눈치다.
"평론집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각오를 다졌죠. 글에 대한 비난을 감당할 준비도 돼 있습니다. 무용가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존심을 건드릴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도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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