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유방암 치료 논란

유방암이 늘고 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유방암은 자궁암을 추월, 위암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암이 됐다. 대부분 유방암은 유방에 방사상으로 뻗어 있는 유관에서 시작한다. 극소수의 세포에서 유전적인 이상이 생기면서 암세포로 자란다.

암조직이 검사로 관찰할 수 있는 1㎝ 크기가 되려면 무려 30차례의 세포 분열을 거쳐야 한다. 유방암 세포 분열 주기가 60~180일임을 감안하면 1㎝크기로 자라는 데는 무려 8~1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유방에 암이 발견되면 의사들은 유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문제로 보고 치료한다. 유방을 절제하고 그것도 모자라 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를 하고 있다.

◇상피내암은 치료해야만 하나?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유방암 진단 기술이 치료 수준에 비해 너무 발전하는 바람에 환자들이 받지 않아도 될 치료를 받는 등 과잉치료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흔히 전암(前癌)단계로 불리는 상피내암. 30년전만해도 상피내암의 진단율은 6%에 불과했다.

오늘날은 유방촬영술(맘모그라피)의 발달로 20%에 이르고 있다. 유일한 치료책은 절제수술과 뒤이은 방사선치료. 그러나 문제는 모든 상피내암이 침투성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단지 40%만 유관을 넘어 다른 곳으로 전이돼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60%의 상피내암은 전혀 위험하지 않으므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의사들은 "맘모그라피가 없었을 때는 상피내암은 발견도 못했고 치료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방암 환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건강하고 오래 살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환자는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가?

많은 의사들은 암이 임파선에 퍼지지 않았더라도 크기가 2㎝만 넘으면 항암제 치료를 권한다. 암 세포가 혈류를 타고 몸의 다른 부분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2㎝ 종양 때문에 유방절제술을 받거나, 암이 있는 병소 주변 약 1~2㎝ 정도의 정상조직을 포함해 제거하는 소괴절제술과 함께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 100명 가운데 20명은 5~10년내에 재발했다는 통계가 있다. 14명은 추가적인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암이 생겼다.

단지 6%의 환자에게서만 항암제 치료가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됐다. 미국 시애틀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센터의 그랠로우 박사는 "단지 6%를 위해 94%가 받지 않아도 될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검사는 받을 필요가 없을까?

그렇다면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을 받지 않아야 하며, 상피내암은 치료하지 않아도 되고, 방사선 치료는 필요가 없단 말인가. 상피내암 환자의 60%는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받고, 96%의 유방암 환자는 불필요한 방사선치료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 유방암 치료의 현주소다. 하지만 이 60%를 가려낼 만한 검사방법이 아직 없다.

자신이 운 좋은 60%에 해당될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40%에 해당되는지 알 수 없다. 항암제 치료가 필요한 6%를 가려낼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불안하게 사느니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받는 것 외에는 지금까지 다른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종양이 항암제 치료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항암제가 효과가 있는지를 밝히는 유전자 검사가 실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유방암 검사로 유방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무려 30%나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암의 진단과 더불어 치료방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환자에게 주는 고통은 줄이면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방법으로 치료술은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좋은 치료법도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조기 발견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란 얘기다. 매년 전문의를 찾아 유방사진을 찍고 필요에 따라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유방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임재양(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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