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 유가 향후 전망-'석유 무기화'가능성 희박

이라크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한 달간 석유수출을 중단키로 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노동분쟁까지 겹쳐 원유가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유가가 단기 급등한 뒤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 급등세와 향후 전망=이라크가 이스라엘 대한 응징과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30일간 석유수출 중단을 선언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노조가 9일(이하 현지시간)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국제 유가가 8일 급등세를 나타냈다.

런던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8일 배럴당 한때 1.44달러(6%) 급등했다가 다소 진정돼 지난 주말보다 1.03달러 오른 27.02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 선물도 34센트 오른 26.55달러에 거래가 끝났다.

이라크와 베네수엘라가 하루 수출하는 물량은 450만배럴로 세계 석유공급의 6%를 차지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3위 석유 수입원이기도 하다.

미국이 중동에서 도입하는 원유는 전체 수요의 12%에 달한다.그러나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이라크의 석유수출중단 지지를 선언한 리비아와 이란이 정작 석유 금수에 동참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OPEC내 온건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부족분을 메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석유업계 소식통들은 국제석유시장의 수급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는 상태임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OPEC의 '석유무기화'가 재현되지 않는 한 유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하겠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에너지기구(IEA) 대책 마련=세계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석유시장에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로버트 프리들 IEA 사무총장은 "IEA는 항상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2주내에 상당량의 원유가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IEA는 전세계 원유수요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 26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비상시에 대비해 현재 40억배럴의 원유를 비축해 두고 있다.

◇미국 경제회복에 찬물=최근 중동 위기에 따른 원유가 불안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깊은 주름이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부시 미 대통령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휘발유 값. 부시 대통령은 휘발유 값 급등으로 신속한 경기 회복이라는 업적이 물거품이 돼 2004년 재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의 경제 상태와 직결시키고 있는 휘발유 값이 지난달에만 갤런당 25센트나 올라 1990년 이래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였고 올 여름까지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이라크가 8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철군을 요구하며 한 달 동안의 석유금수를 선언함으로써 뛰는 유가를 더욱 부채질했다.

최근 유가 급등은 성수기가 닥친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예상한 '전쟁 할증료'가 붙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데다 중동 정정 불안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손성원 웰스 파고은행 부행장은 그러나 "최근의 유가 상승이 강한 탄력을 받고 있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까지 잠식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손 부행장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올라도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성장률 0.5% 포인트 둔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 "다만 교통, 건설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장 올 가을의 중간선거를 비롯해서 경기에 너무 많은 게 걸려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한 치도 방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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