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는 다단계 천국

대구가 전국 최고의 '불법 다단계 천국'으로 전락했다.

이는 타시도보다 허약한 경제력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민들이 무등록 다단계, 유사금융 등 불법 다단계로 몰려든 때문. 또 대구서 다단계 영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타지역에까지 퍼져 원정 투자꾼들까지 설치는 형편이다.

이때문에 별다른 무리없이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합법 다단계 업체들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다단계 업체들은 이틀이 멀다하고 임대한 사무실 빌딩, 호텔, 예식장 등에서 대규모 사업 설명회를 열어 서민들의 목돈을 끌어가고 있다. 이때문에 투자자들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지역 불법 다단계 적발 건수는 2000년 17건에서 지난해 29건으로 늘어났고 올들어서는 불과 3개월 남짓만에 59건이 적발돼 이미 지난 한해의 2배를 넘어섰다.

특히 대구의 금년 적발건수는 도시규모가 비슷한 인천(20건)보다 3배나 많았다. 또 경북(14건), 충북(39건)등지 보다도 2-4배나 많아 불법 다단계 유혹의 무방비 지대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대구시 동구 신천동 한 불법 다단계회사 사무실. 주부, 할머니, 30-40대 회사원 등 100여명이 '대책회의'를 열고 있었다.

구석진 곳엔 한 주부가 주저앉아 "죽어버리고 싶다"며 울부짖고 있었고 "이 마당에 무슨 대책회의냐"며 검찰에 잡혀간 회사대표를 잡아오라는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이 투자한 업체는 방문판매를 가장한 무등록 다단계 회사. 업체는 구좌당 150만원의 물품비를 받고 회원들을 모집한 뒤 새회원을 데려올때마다 25%씩 수당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처음 몇달간 수당과 성과금을 지급하자 회원이 3개월만에 1천500여명으로 불었다. 하지만 40억원의 투자금을 빼돌린 업체 대표가 검찰에 붙잡혀 간뒤에야 자신들이 속은 것을 알았다.

회원중에는 원주, 전주, 부산 등 타 지역 사람들이 30%를 차지했다. 전주에서 100명을 모집해 왔다는 한 투자자는 "타지역 사람들은 대구를 다단계 천국으로 알고 있다"며 "대구로 몰려드는 타시도불법 다단계 업체들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불법 다단계업체 임원인 김모(47)씨는 지난해 11월 대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온천개발 투자를 미끼로 회원 274명으로부터 15억4천만원을 가로챘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대구서 다단계가 잘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은 몰랐다"며 "온천개발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역 15개 호텔에서 한달에 20건 안팎의 설명회가 열렸다는것. 또 소규모 업체들은 호텔보다 값이 싼 예식장, 사무실 빌딩 등을 이용, 설명회를 열고 있어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관련 정상 등록을 한 합법 다단계 업체 관계자들은 "불법 다단계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는 정상 업체들까지 죽을 지경"이라며 불법 다단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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