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할아버지가 사시던 시골집에 가면 큰 학 두 마리가 소나무 사이를 나르는 그림사진이 액자에 박혀 걸려 있었다. 그 사진액자에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으며 그 글자를 제외한 액자의 나머지면에는 온통 사진들이 꼽혀 있었다.
어느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당시 시골집 안방에는 의례 사진 그림이 몇장씩 걸려 있었으며 그 사진들 사이사이 모서리엔 손자 손녀들의 졸업사진이나 식구들 기념사진 같은 것이 빽빽이 꽃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그림액자를 볼때마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촌스런 모습으로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웃고 있는것 같아 찝찝했다.
희망, 희망이란 무엇일까? 우리 할아버지는 희망이라는 글자만 남기고 차곡히 박힌 손자 손녀들그리고 식구들 사진을 보면서 언제나처럼 희망을 느꼈을까?
어려운 시절 태어나 식구들을 위해 일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에겐 무엇이 희망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한 식구라는 가족, 그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희망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리고 그후 일이있어 들른 그집엔 희망이라는 글자가 허망하게 흩어져 훈기없이 떠돌고 있었다. 나는 그 희망이라는 촌스런 글자를 붙잡아 가슴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일이 지났다.
벚꽃이 환하게 피었다가 지고 겨우내 가물었던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봄비가 내리던 날, 난 우리 할아버지 집에서 본 낯설지 않은 희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키작고 꼬부라진 할머니가 낡은 초가집에서 인간을 알고 인간을 키우고 인간을 살리는 희망을 본 것이다. 영화 는 내 기억속의 희망을 자연히 집으로 돌려 놓았다.
희망이란인간인 우리가 우리에게 베풀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힘을 가질 때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집으로…〉를꼭 보러가라고 권하고 싶다.
육정학(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교수.영상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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