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인기직종'

3천년전 이집트 동굴 벽화속에 벌써 요즘처럼 몸 파는(賣春) 여인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 이래 매춘은 인간사회의 어쩔 수 없는 필요악(必要惡)으로 확산일로였고 지금은 아예 성업중이다. 그래서 '매춘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란 어느 호사가의 말에 실감이 간다. 좀 뭣한 얘기지만 매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런 부류의 사업(?)이 번창하리란 것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80년전만 해도 서울에서 날리는 인기직종(?)으로 '물장수'가 있었다. 수도시설이 제대로 안된 시절 오염 안된 한강 물을 길어다가 얼마씩 받고 여염집에 대주던 직업으로 주로 함경북도 북청(北淸) 사람이 도맡다시피해서 우리에겐 '북청 물장수'로 더 잘 알려졌었던 것이다. 어쨌든 많은 북청 사람들이 물장수로 자녀 공부를 시키고 밥 먹고 살았다니 그 재미가쏠쏠했던 모양이지만 그것도 한때였고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없으니 사람들이 밥 벌어먹고 사는 직업의 부침이 여간만 심한 게 아닌 모양이다.

▲불과 3, 4년전만해도 인기 절정이었던 IT직종 중에는 벌써 사양 직업이 돼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한다. 신종 직업에 대한 기술보급으로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인기가 급전직하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애써 따놓은 웹디자이너 기술이나 워드프로세서, 인터넷정보검색사 등 자격증이휴지화 됐고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페이퍼 자격증'이라 부르며 상대도 않는다니 자격증 소지자들이 얼마나 허탈할지 짐작이 간다.

▲1974년 경제기획원에서 작성한 우리나라 사람의 직종(職種)은 1천532종에 불과했지만 27년만인 2001년 우리나라의 전체 직종은1만2천490개로 늘어났다. 경제규모가 팽창하면서 직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불과 3, 4년만에 인기 절정에서 곤두박질친 경우가 있나 하면 한때 외면당하는 듯했던 직종이 되살아나서 다시 활기를 띠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공무원과 교직(敎職)을 선호한다고 한다. 벤처 붐이 시들면서 나온 결과이겠지만 무엇보다 안정성이 직업선택의 첫째조건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좀더 따지고보면 '역사가 오랜' 고전적인 직업(?)이 생명이 길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국가 권력이시작된 이래 어느 나라든 공무원이 있었을 것인데다 교직의 경우 공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이래 가장 오래된 직업임이 틀림없는 것이고 보면….그래서 일시적인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인류사와 함께한 '케케묵은'(?) 일자리야말로 가장 안정된 직업이 아닌지 터무니 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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