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형문화재 이자성씨-"명품 청송한지 맥잇게 해주오"

전통적 수작업을 고집하며 5대째 대물림으로 명맥을 이어온 청송한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10일 청송군 파천면 송강리의 청송한지공장에서 누전으로 보이는 불이 나 공장 80평과 한지틀(3조), 집기, 닥나무 50여t을 모두 태웠기 때문. 공장을 다시 짓고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3억여원이나 필요해 영세하기 짝이없는 한지공장으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청송한지는 종이 수명이 천년을 간다는 '천년 한지'로 유명한데 특히 국내 서예인들로부터는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명품으로 순수한 우리닥으로만 한지제작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업을 이어온 이자성(53·경북도 무형문화재 23호) 김화순(54)씨 부부는 청송 일대에서 자생하는 1년생의 보송보송한 닥나무를 늦겨울에 거둬들여 2~4월에는 양지쪽에 앉아 껍질을 벗기고 삶아 한지를 만든다.

전통적인 손 작업만으로 하기때문에 오전6시부터 오후8시까지 부부가 꼬박 매달리더라도 하루 800장(40권)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 그나마 한달에 작업할 수 있는 날은 고작 나흘 정도. 나머지는 준비하는데 시간을 다 뺏긴다. 그래서 청송한지는 귀하다.

한지 만들기에 한창 바빠야 할 시기지만 이씨 부부는 이번 화재로 앞날이 막막할 뿐이다. 게다가 이씨는 지난해 7월 닥을 찌는 과정에서 2도화상과 팔골절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 청송한지는 지금 설상가상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청송한지 체험장으로 지정받아 5월4일부터는 초·중·고생들에게 한지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했는데…"라며 발을 구르는 이씨 옆에서 부인 김씨는 마냥 눈물만 흘렸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국제서법연구회 한국본부 대구경북지회(지회장 권시환)는 11일 오후 이씨 부부에게 위로금 30만원을 전달하고 전국 서예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복구를 돕겠다고 했다.

동 지회는 지난해 7월 청송한지 후원회를 발족하고 성금을 전달하는 등 청송한지와는 각별한 관계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청송한지를 도와야 한지의 명맥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문의: 054)870-6063·870-6061(청송군청)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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