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 글로브상을 휩쓴 러셀 크로 주연의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극적인 삶을 담고 있다. 21세에 게임 이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존 내시는 30대에 정신분열증이 발병, 35년간 어둠의 긴 터널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재기해 66세 때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의 감동적인 실화는 외톨이 천재가 마음의 감옥을 깨고 잠재된 재능을 다시 찾아 삶의 기쁨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을 걷는 의지와 주위의 여건에 주목하게 한다.
▲국가 사이의 두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가 영재 육성에 큰 몫을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재작년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그 기반이 준비되면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해 2학기부터 전국에 134개 영재학급과 67개 영재교육원이 설치되며, 초.중.고생 1만여명이 영재교육을 받게 된다. 첫 케이스로 부산과학고가 올 가을에 신입생을 선발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수학 영재가 설비 수준과 실험기자재, 강의 등에 실망해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로 발길을 돌렸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서울과학고 1.2학년 때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금메달을 딴 국가 대표급 수학 영재인 이승협군은 실험기자재가 과학고만도 못하고, 학생 40명에 조교가 전담하기도 하는 대학에서는 방치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어 진로를 바꾸게 됐다 한다.
▲더 기막히는 점은 우리의 대학 진학 풍토다. 그는 고교 시절 국내 대학에서 공부해 세계적인 수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수학을 전공하면 국내에서는 장래가 어둡다는 부모와 주위의 권유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 뒤에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미국의 MIT, 프린스턴대, 캘리포니아공대 등 3개 명문대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들자 의사로서의 안락한 삶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수학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됐다는 얘기지만,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재교육의 핵심이 창의성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맹목적인 속성교육이 아니라 영재가 지니고 있는 잠재적 재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는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영재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초.중.고 과정뿐 아니라 대학 교육 단계까지 연계돼야 하고, 이들이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창의적인 고급 인적 자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고, 우리가 길러낼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인프라 구축이 구두선에 머물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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