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수꽝스런 팔자걸음에 담긴 비애

찰리 채플린.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의 이름을 들으면 중절모와 콧수염, 지팡이와 함께 독특한 팔자걸음을 걷는 인물을 생각해내게 된다.'모던 타임즈'에서의 기계문명에 대한 허망한 몸짓, '황금광시대'에서 구두를 요리해 먹는 장면, '독재자'에서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신랄한 비판….

채플린의 영화들은 다른 희극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실컷 웃다가도 '끝(End)'이라는 자막이 비춰지고 나면 웃음보다는 서글픔과비애가 앞서지만 미래에 대한 따뜻한 희망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변덕스럽고 세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 놓은 사람, 사상 최고의 배우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사람, 위대한 예술인과 평범한 어릿광대라는 양극의 평가를 받았던 사람인 채플린에 대해 유명한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사가인 데이비드 로빈슨은 '채플린'(한길아트 펴냄)을통해 이러한 모든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유명인사에 관한 책들과 비슷하게 연대기식의 일화 형태로 끌어가고 있지만 1천쪽이 넘는 분량이 말해주듯단순한 일대기가 아니다.

로빈슨은 이 책을 통해 추종자들에게 우상화되고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만큼 매도당했고, 극적인 인생을 살면서 엄청난 업적을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던 채플린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이미 잘 알려진 자료는 물론 런던의 문서보관소나 오래된 극장의 기록까지-이들 자료중에는 50년이나 넘게 방치된 것들도 있었다-뒤졌고, 채플린 영화의 발생부터 제작, 관객들의 반응, 염문을 뿌렸던 여배우들, 작업메모, 스튜디오 일지, 촬영 뒤 커트돼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 등을 통해 채플린의 영화와 그의 일대기를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 혹은 불온한 인물로 낙인찍혀 FBI와 공격적인 우익 언론으로부터 핍박을 받다가 1955년 미국 땅을 떠난 뒤 17년이 지난 1972년 명예 오스카상을 받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기까지의 과정은 마구잡이식 매카시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지은이는 그의 영향력이나 업적에 관계없이 채플린이라는 사람에 대해 '툭하면 탈을 잡고 자기 중심적인데다 뚱하고 인생에 대해 막연한 불만을 품고 있는 그런 인간'이라며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말했지만 이탈리아의 명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그는 어떤 면에서는 아담이었다.

우리 모두 그의 후손이기 때문에'라고 칭송했고 동시대의 위대한 코미디언이었던 봅 호프는 '우리가 그의 시대에 살았다는 것은 행운이었다'라는 최대의 찬사를 보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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