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의고사 대처 이렇게

고3생은 흔히 전투를 치르는 병사에 비유된다. 수능시험은 정복해야 하는 고지. 고지에 무사히 도착해 승리의 깃발을 꽂기위해서는 가는 길 도처에 잠복해 있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한다. 그 과정은 외롭고도 고단하다.

수험생활은 잠시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으며,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와 냉정한 상대적 평가를 요구한다. 이런 측면에서모의고사는 수험생이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고 취약점을 보완, 효율적이고도 용이하게 정상 정복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훈련 과정이자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모의고사에 너무 민감하다. 심지어 상당수의 수험생들은 모의고사가 주는 충격과 좌절감 때문에 생활의 활력과 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고 방황한다. 고3은 어쨌든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

시험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이를 모색해본다.모의고사란 모의수능시험, 문자 그대로 실제 수능시험과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연습삼아 쳐보는 시험을 말한. 연습삼아 치는 시험이라면 점수가 좋고 나쁨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모의고사에 목숨을 거는 듯이 행동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매번 모의고사 성적이 나올 때마다 전교 석차는 물론이고 전국 석차와 그 점수에 따른 지망 가능 대학의 배치기준표가 나온다. 대개의 경우 성적에 바탕해 담임 교사와 상담도 하고 과목별 학습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 짜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잘 나오면 격려와 칭찬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학교와 가정에서 질책과 추궁을 받기 십상이다. 건설적인 반성과 평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고3생들은 모의고사를 잘 치르면한 달이 행복하고 그렇지 못하면 한 달이 우울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모의고사는 원래의 기능과 목적을 상실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를 괴롭히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모의고사가 다가오면 몸이 아픈 수험생이 많은데 이는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수험생이나 가족 모두 모의고사란 실제시험과는 관계 없는 연습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연습에 지쳐 실전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모의고사를 치른 후 가채점을 할 때 상위권 학생은 5~10점, 중.하위권 학생은 10~20점 정도까지 더 맞을 수도 있었는데 실수로틀렸다며 억울해 한다. 그 억울함을 궁색한 변명으로 봐서는 안 된다.

풀이 과정에서 조금만 신중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정말로 맞출수 있었던 문제이다.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대학 당락의 희비가 엇갈리는 현실에서 한 두 문제 더 틀린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된다.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포츠에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말한다.

문제풀이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문제에부딪혔을 때 불안감 때문에 위축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어려운 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대하면 자신도모르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에게 있어서 컨디션이 좋은 날이란 자신감을 갖고 문제 풀이에 임한 날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판단이 애매한 보기 중에서 맞는 답을 고를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많은 수험생들이 문제를 보기도 전에 목표 점수를 정해놓고 시험에 임한다. 때문에 조금만 어려우면 당황해 자기 실력보다 더 망치는 경우가 많다. 시험마다 난이도가 다르고,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려운 상대평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목표점수 획득 여부를 계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400점 만점에 200점이 일등을 할 수도 있는 게 시험이다. 그러므로 시험을치르는 과정에서 몇 점 맞을 것인가보다는 시험 자체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수학 시험중 종료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한 문항을 못 푼 경우를 가정해 보자. 어떤 학생은 초조감 때문에 문제 풀이에 몰두하지 못하고 시계만 보다가 답안지를 낸다.

또 어떤 학생은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문제풀이에만 집중한다. 이 학생은 풀이를 하고도 시간이 1, 2분 남을 수 있다. 5분이라는 시간이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는 사실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수성 사인펜으로 답안지에 표시를 할 때 손을 떨거나 자주 실수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시험에 자신이 없고 결과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학생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위에서도 세심한 배려로 도와줘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 수험생에게 부담을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소심한 수험생 뒤에는 극성 학부모가 있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마친 후 가채점을 하면서 몇 점 나왔느냐보다는 시험 자체에 얼마나 충실하고 몰두했느냐를 늘 반성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모의고사의 목적 중에 하나가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 풀이와 시간 안배 요령 등을 훈련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많은 고3생들이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이 일년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 어느 시험이든 마찬가지지만 당해 연도 공부가결정적이며 그 중에서도 시험 전 한 달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지난 2년간 공부한 학습량의 몇 배를 더 할 수 있다. 그런데어떻게 3월 모의고사가 결정적일 수 있겠는가.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공부를 해도 생산성이 없다.

많은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치르고 마음을 다잡는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간신히 마음을 잡고 일주일쯤 공부하고 나면 성적표가나온다. 성적을 두고 상담하고 고민하다 보면 또 일주일이 흘러간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열흘도 안 된다는 수험생이 적잖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 하루 이틀만에 다 정리를 하고 그 다음엔 잊어버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모의고사 성적에 웃고 울다 보면 8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한 번 틀린 부분은 다음에도 틀리기 쉽고 하기 싫은 과목이나 단원은 계속해서 하기가 싫은 경향이 있다. 모의고사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틀린 문제를 아쉬워하기보다는 자기의 취약점을 확인하고 다지는 소중한 계기로 삼는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답안지를 보며 채점을 할 때, 맞느냐 틀리느냐보다는 틀리게 된 판단의 과정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해설지를 읽으며 틀린과정이 스스로 납득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선생님께 질문하여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문제지 위에나 따로 마련한 노트에 나름의분류법에 따라 표시를 해 둔다.

틀린 문제나 맞추긴 했지만 확실하게 알고 있지 못한 문제는 그 문제와 관련된 단원 전체를 다시 공부하며 자신의 취약 부분을 확인해서그 내용을 문제지 위에나 따로 마련한 노트에 정리해 둔다.

사회 탐구나 과학 탐구의 경우 5개의 보기 중 정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도 내용이 중요한 경우 보기와 관련된 교과 내용을 폭넓게 정리해 둔다.이렇게 오답노트를 정리해가다 보면 모의고사는 물론 수능시험을 코앞에 두고 최종 마무리 학습을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평소 조금씩 공을 들여 오답노트를 정리하면 그로 인해 얻는 성과는 몇 배로 돌아오게 된다는 게 교사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글.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일신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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