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경제정책조정 의미-내수경기 의외의 활황

정부가 12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일부 과열부문 및 유가부문에 대한 대응방향을 제시하는 등 변화된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내용들은 대부분 이미 경제계에서 기정사실화돼있는 내용이거나 유가급등시 비상대책을 마련한 수준이어서 아직까지는 정책기조에 대한 본격수정이라기보다 '미세조정'(fine tuning)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 올 성장률 5%대 공식언급

정부는 연초 발표한 경제운용계획에서 성장률을 '상반기 3%, 연간 4%선'이며 '수출과 투자가 회복되기전에는 회복이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부양해온 내수경기가 의외의 활황을 보이면서 이미 상반기 성장전망이 당초 목표치를 크게 초과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데다 4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되기 시작할 조짐을 보이자 그간의 '신중론'에서 선회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같은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기과열 시기상조론'에 대해 정부가 완전히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

재경부가 향후 전망에 대해 "미국경제의 회복강도를 확신할 수 없으며 엔화약세와 무역마찰, 유가문제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단서를 달아놓고 있는 점이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회복기에 견인차 노릇을 해 온 반도체의 가격급등이 최근들어 주춤해진 점도 공식 '경기회복선언'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 경제가 회복국면이라는 데는 민간과 인식을 같이하고 △경기동향에 따른 재정의 탄력적 운용 △세제부문의 경기조절기능과 세제 본연기능의 조화로운 수행 △과열부문에 대한 미시적 처방을 향후 대응방향에 포함키로 했다.

▨'부동산, 가계대출 아직 문제없다'

정부는 현재 우리 경제가 전반적 과열상태에 들어섰다는 데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고수해왔지만 동시에 가계대출과 부동산대책에 있어서는 '부문과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왔다.

부동산의 경우 정부는 지난 1월8일과 3월6일 두 차례의 주택시장안정대책으로 상당부분 진정됐으며 올해 59만호에 달하는 공급물량에 입주가 본격화되면 '거품'이 꺼질 것으로 진단하고 '대증요법' 성격의 추가대책은 마련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집값급등 최대의 피해자인 영세민계층의 주거안정책마련차원에서 연소득 1천만원 이상 영세민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상환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면 연소득의 2배까지 인정해 주택보증기금에서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장기 주택건설 계획을 오는 6월에 확정하고 매주 수도권 주택시장 동향을 점검해 과열 현상이 재발되면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마련키로 하는 등 추가급등 가능성에 대해 미리 쐐기를 박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표명에도 정부는 이달중 가계대출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상향조정하는 한편, 현재 80%선인 주택담보대출시 평가비율을 인하하도록 하고 주택신용보증시 보증한도를 6월중 100%에서 90%로 낮추는 등의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숨은 복병' 유가급등대책도 마련

정부가 올해 21∼22달러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던 국제유가는 연초부터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이라크 공격가능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확산 등으로 25달러선까지 치솟은 상태다.

물론, 현재의 고유가현상이 실물현상이라기보다 '심리적 현상'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 지속가능성은 크지 않고 우리나라 원유수입량의 70%가 장기공급계약에 따라 수입되고 있어 급작스런 공급충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를 3%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비상대책차원에서 고유가 지속으로 원유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현재 44일분인 정부 비축유를 민간에 대여한 뒤 추후에 현물로 상환받는 방안과 기름값에 붙는 교통세·특별소비세 탄력세율(기본세율±30%) 인하 등을 시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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